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
12R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

▲ 파키아오가 6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토머스 & 맥 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제시 바르가스를 몰아붙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8)가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파키아오는 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토머스 & 맥 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제시 바르가스(27·미국)를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114대113 118대109 118대109)을 거뒀다.

이로써 파키아오는 지난해 5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세기의 매치’에서 패하며 빼앗겼던 WBC 웰터급 타이틀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다.

은퇴를 번복하고 링으로 돌아온 파키아오가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파키아오는 지난 4월 티모시 브래들리에게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은퇴를 선언했다. 파키아오는 이후 5월에 필리핀 상원의원 선거에 당선된 뒤 의정활동에 매진했다.

그는 상원의원이 된 후 직무 수행에 충실해 왔으나 복싱에 대한 애정을 끊을 수 없었다.

7개월 만에 다시 링에 오른 파키아오는 이날 복귀전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체력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으나 파키아오는 자신보다 11살이나 어린 바르가스를 상대로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더욱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바르가스는 키(178㎝-166㎝)와 리치(180㎝-170㎝)에서 각각 12㎝, 10㎝ 우위가 있었으나 파키아오는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바르가스를 경기 내내 농락했다.

1라운드에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한 파키아오는 2라운드에서 왼손 카운터 스트레이트가 바르가스의 안면에 꽂혔다. 바르가스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큰 충격은 없어 보였으나 파키아오는 첫 다운을 빼앗아내며 주도권을 잡아냈다.

바르가스는 긴 리치를 활용한 스트레이트로 파키아오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5~6라운드에서 자신감 있게 파키아오를 밀어붙이는 모습이 나왔으나 펀치의 정확도가 받쳐주지 않았다.

바르가스의 펀치 정확도는 19%로 파키아오(3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파키아오는 순간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특유의 짧게 끊어치는 펀치로 바르가스를 괴롭혔다. 바르가스가 10라운드부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서자 오히려 더욱 화끈한 펀치 컴비네이션으로 바르가스를 휘청거리게 했다.

파키아오는 이날 승리로 59승(38KO) 2무 6패를 기록했다. 바르가스의 전적은 27승(10KO) 2패가 됐다.

필리핀 빈민가 출신으로 생계를 위해 복싱을 시작한 파키아오는 세계 최초로 복싱 8체급을 석권한 ‘살아 있는 신화’다.

지난해 메이웨더와 ‘세기의 대결’에서 어깨 부상 탓에 맥빠진 경기로 판정패해 다소 흠집을 남겼으나 그가 이룩한 기록은 전설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파키아오는 이날 승리로 그가 지금 은퇴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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