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아들 잃은 아픔딛고 미술치료사 된 강수경씨

▲ 아들을 잃은 아픔을 딛고 미술치료사로 봉사활동을 펼치는 강수경씨.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2004년 9월 한해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은 “살려달라”는 한 마디 외침도 없이 숨을 거뒀다.

한밤중 “동생 숨쉬는 게 이상하다”는 딸 아이의 말에 아들의 몸을 흔들어봤지만 미동이 없었다. 심장마비였다. 그렇게 소중한 아들은 작별인사도 없이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아들 심장마비로 숨져 힘든 시간 보내던 중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 돕고 싶다는 생각에
2007년 대학 편입해 ‘미술치료과정’ 공부
전문지식 위해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수료

“자식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는데, 대놓고 통곡하는 것도 미안했어요.” 아들을 잃은 후 2년동안 혼자 세상에 남은 것이 고통스러워 스스로 자책하고 삶의 희망을 잃어갔다.

삶의 낙이 없어질 때쯤 문득, ‘아들이 하늘나라에서 지금 나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까. 실망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아들을 만나게 되면 엄마가 이렇게 자랑스럽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힘을 냈다. 그때 그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한 매개체가 바로 ‘미술’이다.

미술치료사 강수경(62)씨 이야기다. 도예를 전공한 강씨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게 해준 게 바로 ‘미술치료’라고 했다.

2007년 다시 대학에 편입해 미술치료과정을 수료했다.

미술치료는 심리 치료의 일종으로 미술 활동을 통해 감정이나 내면 세계를 표현하고 기분의 이완과 감정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이때부터 자신의 아픔을 견디게 해준 이 미술치료를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거나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사회밖으로 나왔다.

“아이의 빈자리로 인한 고통과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요양병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며 밤낮으로 몸을 혹사시킨 적도 있었죠. 그곳에서 죽음과 마주한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좀 더 사회에 희망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들에게 삶의 용기를 주고 싶어 미술치료에 주력하게 됐습니다.”

동구사회복지관에서 활동했을 때 엄마와 단둘이 살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교우관계도 좋지 않아 주위의 걱정을 사고 있었는데, 9단계의 미술치료를 거치는 과정에서 밝고 명랑한 학생으로 되돌아 온 게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영남대학교 대학원에 들어가 미술치료분야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미술치료는 정신병치료와 연계하는 시각이 다소 있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우울증,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돼 있는 현대사회에는 꼭 필요한 분야라고 자부합니다.”

현재는 남구와 중구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성인들을 상대로 미술치료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적십자 단체에서 봉사활동도 펼쳤다. 그는 아들을 잃은지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술로 자신 스스로를 치료하고 있다.

따스한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펼치고 난 뒤 비로소 혼자서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애도하고 목 놓아 울기도 한다. 그는 “혹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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