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 부쩍 기량이 향상된 울산시립합창단은 한국어로 번역된 칼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를 마치 우리 가곡처럼 자신감있게 소화해냈다. 이날 연주회는 한국어로 번역해서 연주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으나 "카르미나 부라나"다운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60여명 밖에 안되는 울산시립합창단과 두대의 피아노 반주로는 카르미나 부라나의 웅장함 전해주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날 연주는 예상 밖의 즐거움을 준 "작은 카르미나 부라나"였다. 첫 음을 시작하면서부터 곧바로 관중과 무대가 하나되는 일치감이 공연장을 감쌌다. 내용을 알수 없고 리듬에만 기대던 "카르미나 부라나"의 줄거리가 귀에 속속 들어오자 관중들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즐거움이 넘쳐 작은 웃음과 박수가터져 나오기도 했고 다른 연주회에선 마냥 떠들어대던 학생관중들도 조용하게 무대에시선을 꽂았다. 나영수지휘자가 직접 번역한 노랫말은 마치 원곡이 한국어인가 할 정도로 리듬과 일치했다. 나지휘자는 "음악이 너무 좋은데 내용을 몰라 성가곡인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이 많아 번역을 시도했다"며 "라틴어, 영어, 독일어로된 가사를 모두 펼쳐두고적절한 우리 표현을 찾아나갔다"고 말했다. 익살스러우면서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고있는 노랫말은 부르는 사람에게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합창단의 소리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할 정도로 자심감이 있고 노래를 스스로 즐기면서 부르는 단원들까지 있었고 솔로로 참여한 소프라노 김방술씨와 바리톤 박대용씨의 기량도 뛰어났다. 반주는 타악기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었으나김혜은·박창주씨가 반주한 두대의 피아노로도 빈약함은 극복해주었다. 작곡가 칼 오르프가 스스로 "그동안 자신의 음악을 전부 쓰레기통에 쳐넣어도 좋을 만큼" 뛰어난 곡이라 했던 카르미나 부라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합창단이 함께 한 무대에서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연주하는 큰 연주회의 표상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이번 연주회는 그와 달리 큰 욕심부리지 않고 울산시립합창단의 수준에 맞춘 "쉽고 편안한 작은 카르미나 부라나"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