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덕사의 승려 선율은 반야경을 베껴 쓰며 정진하던 중에 저승사자한테 잡혀갔지. 명부에서 염라대왕이 물었겠다. 넌 무슨 일을 하다가 왔느냐? 선율이 대답했어. 소승은 늘그막에 대품반야경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끝내지 못하고 왔습니다. 염라대왕이 말했지. 비록 자네의 수명은 다했으나 소망을 이루지 못했으니 이승으로 돌아가 불전을 끝마치는 게 좋겠구나. 일 다 하고 다시 오너라. 그러고는 선율을 이승으로 돌려보냈지.
저승에서 이승을 빠져나오는 길에 한 여인이 선율 앞에 엎드려 울면서 말했어. 저도 신라 사람인데 부모님이 금강사의 논을 훔친 죄에 연루되어 저승에 잡혀 와서 벌을 받고 있습니다. 이승에 가시거든 이 사실을 말씀드려 빨리 그 논을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해주십시오. 저는 이승에 살 때 참기름을 잠자리 아래 숨기고 곱게 짠 베를 이불 사이에 감추어 두었으니, 제가 훔친 기름으로 등불을 켜 주시고 그 베를 팔아서 불경 만드는 비용으로 쓰십시오. 그렇게 해 주신다면 그 공덕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선율이 말했지.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사량부 구원사의 서남리에 있습니다.
선율이 무덤에 당도하여 지상으로 나가려 하니 잘 안 되거든. 사람 살려달라고 사흘이나 부르짖었겠다. 마침 목동이 염소를 몰고 선율의 무덤 쪽을 오고 있었지. 근데 갑자기 염소가 무덤을 들이받는 거야. 이상해서 목동이 파헤쳐 보니 무덤 속에서 선율이 살아나오거든. 이때는 선율이 죽은 지 열흘이 되어 장사를 지낸 후였어. 선율은 그간에 일을 말하고는 여인의 집으로 갔지. 여인이 죽은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참기름과 베는 그대로 있고, 부모는 죽어 뼈만 남아 있었지. 나무관세음보살. 선율이 여인의 말대로 하고는 명복을 빌었더니 여자의 혼이 나타나 말을 했어. 저는 이 황천에서 스님의 은혜를 입고 괴로움에서 벗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여 선율을 도와 경전을 완성시켰어. 경전은 승사서고 안에 간직해 두었단다. 매년 봄가을에 승려들이 이 경전을 읽으며 백성들의 재앙이 물러가기를 빌었대나. 극작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