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자는 모두 나라글자다
우리 전통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한글·한자 병용 문자교육 실시를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언어문화정상화추진 상임이사

지난 10월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회 저명 인사와 학계의 중진 교수 등이 중심이 되어 국어 사랑이 나라 사랑의 큰 길임을 선언하는 선포식을 거행했다. 그 선언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는 한글과 한자를 공히 우리 문자의 근간으로 삼아 가르치고 배울 것을 거듭 주장한다. 한글전용 정책만으로는 인성과 덕성의 함양도, 문화와 학문의 발전도, 나라의 번영도 약속하지 못한다.

교육부, 문화부의 현행 문자 정책으로는 창조한국의 미래를 열어가기 어렵다. 길거리의 간판들이나 각종 보도물의 외래어 표기가 우리 정신을 천박하게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효행 사상이 사라지고, 전통문화 경시가 범람하고 있지만 이를 고쳐나갈 새로운 질서나 합리적 사고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교육 정책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과거 전통적 문자 교육으로 얻었던 우애, 효친, 화목, 애국 등의 인성과 덕목이 이제는 한자 무시로 인하여 소멸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유구한 역사에서 이처럼 갈등과 분열이 심한 적이 있었던가? 남과 북으로 갈리고, 동과 서로 나뉘고, 좌파 우파로, 또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있다. 급기야는 뜻이 같아 모인 동지들 사이에서까지도 서로 비방, 분열하는 추태가 빈번히 목도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경박한 세태와 사회적 갈등을 문자 교육, 즉 한자 병용의 문자 교육을 통하여 극복해 가야 함을 천명하고 이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나아가 올바른 교육관과 문자 정책이 나라 사랑의 근본임을 널리 알리어 이를 애국운동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한글은 배우기 쉬워 좋고, 한자는 뜻이 깊어 좋다. 한글과 한자는 둘이 아니요, 후손들이 우리문화를 부흥, 진작하기 위해 반드시 배워야 할 나라글자이다. 한글과 한자가 조화를 이루는 문자 교육이야말로 언어 사용에서 비경제성과 소통불편 현상을 덜어낼 유일무이한 길임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순 전 부총리는 국수주의적 애국은 진정한 애국이 아니며, 한글전용과 같은 배타적인 문화 국수주의를 가지고 있는 한 우리나라는 3류 국가가 되고 만다고 경계하면서 2000년 동안 우리 조상들이 써온 한자를 배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 시절 동경대, 북경대 등과 동북아문화공동체 구성을 논의했으나, 한국은 한자도 가르치지 않는 나라라 하여 무산되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가까이 다가온 동북아 시대를 맞으며, 우리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우리 문화는 한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므로 한자를 가르치지 않으면 우리 전통문화가 사라질 것이며, 지금 중국 일본과 교류가 많아지는 추세라 한자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면서 한자교육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약속했다. 이 행사를 후원한 국회 교문위 강길부 의원은 의정 활동을 통해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는 교육부가 발표한(2014년 9월24일) 한자교육활성화 방안을 크게 환영하면서 지난 2015년에 창설한 단체다. 이 단체는 우선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직 총리를 비롯한 대학 총장, 그리고 학계 원로 19명이 고문으로, 58명의 저명한 교수들이 추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적어도 언어 교육의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필수적인 과제다. 좋아한다고 가르치고 어려워한다고 피해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투표로 정해서도 될 수 없는 문제다. 어려운 수학 공부도 투표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국가 정책으로 우리 국민이 성취할 수 있도록 계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다. 마침 교육과정 개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즈음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육 당국의 특단의 용단을 기대한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언어문화정상화추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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