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겨울 하늘은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로 뒤덮인다. 2002년께부터 울산을 찾기 시작한 까마귀는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 올해는 10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월19일 30여마리가 관찰된 후 현재까지 3만마리 가량이 태화강 대숲에서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쪽 하늘에 석양이 걸릴 무렵이면 태화강을 따라 나란하게 이어지는 전깃줄이 빈틈이 없을 정도다. 전깃줄에 앉아 있던 수천, 수만 마리 까마귀떼가 한꺼번에 일제히 날아오르면 유선형 무늬가 그려지면서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되지만 때론 섬뜩하기도 하다. 까마귀떼는 생태회복의 상징이 분명하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양면성이 있다.

울산시는 이들 까마귀의 탐조(探鳥)관광자원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큰 효과를 얻지는 못하고 있으나 지난 2013년 삼호지구를 철새공원으로 지정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10억여원을 들여 상징물(탑) 건립, 시민휴식공간 조성, 철새 체험장, 캐릭터 개발 공모와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내년 2월 제8회 아시아 버드 페어(8th Asian Bird Fair)를 개최하기로 하고 그에 앞서 까마귀에 대한 인식전환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아시아 버드 페어에는 아시아 20개국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비공식 파트너인 영국과 호주 등지의 탐조인들도 울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외국인들의 시각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우리 국민들의 까마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놓기는 쉽지 않다. 울산을 찾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는 낙곡과 풀씨, 해충 등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흉조가 아니라 이듬해 농사에 도움이 되는 길조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까마귀를 주제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나쁜 인식의 이유가 실질적인 피해 때문이 아니라 새까만 색깔이 주는 공포심 탓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탐조관광지인 철원은 두루미, 서산 천수만과 금강하구는 가창오리떼,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은 고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등이다. 겨울철새로 탐조관광을 내세우고 있는 이들 지역과 비교하면 까마귀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태화강에는 연간 40종 6만9000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5월이면 백로 어미새 3000여마리가 대숲에 둥지를 틀고 번식을 한다. 9월이면 백로는 6000~8000마리로 늘어나 대숲이 하얗게 뒤덮인다. 겨울철인 11월부터 3월까지는 물닭, 민물가마우지, 청둥오리, 붉은부리갈매기 등 36종 6만여마리가 찾고 있다. 울산시가 탐조관광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하지만 탐조관광의 대상이 내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주연배우’로 까마귀를 내세우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탐조관광 사업은 백로가 방문하는 5~9월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