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분노 극에 달하지만
헌정 중단없이 국정은 지속돼야 한다
대통령은 국정서 손떼고 거국내각 구성을

▲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박근혜는 끝났다. 2014년 말에 크게 불거졌던 소위 ‘문고리 3인방’으로 대변되는 비선조직 문제가 끝내 그 꼬리를 밟히면서 ‘최순실’이라는 괴물이 국민들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장면 뒤에서 최태민의 자식들과 그들이 부리는 ‘좀비들’(차은택 등 비선실세들,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에 의하여 막대한 규모의 국민 혈세가 도둑질 당하고 있었다. 그래도 깨끗하다는 대한민국의 대학입시제도가 유린되었고, 대학교육체계가 무너지고 있었으며, 엉터리 인사가 등용되는 등 최태민 일족에 의한 국정농단과 부정부패로 대한민국 자체가 붕괴되고 있었다. 이 상태로 계속 갔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역사상 최악의 올림픽이 되었을 것이고, 대한민국은 국제적으로 크게 망신당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방조하고 심지어 범죄자들을 비호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그 정부는 공동정범이 되어 더 이상의 국정수행이 불가능해졌다.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에 더하여 너저분한 최순실 무지랭이들에게 속고 당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하지만 분노는 분노일 뿐이다. 이제 박근혜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내키는 대로 하자면 당장 끌어내려도 시원치 않겠지만, 헌정 중단을 감수하면서 그리 하는 것이 최선일까?

현재 모든 정파가 정략적 계산을 하고 있다. 여당은 정부를 이끌 수 있는 힘과 명분이 없다. 그렇다고 백기투항 하기까지는 많은 수가 남아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야당은 정권을 넘기라는 식으로 덤비고 있지만 헌정중단에 따르는 부담을 지기가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연일 시위가 있지만 조직적으로 동원된 시위대보다 더 중요한 소위 ‘넥타이부대’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헌정 중단 없는 국정 지속’이 국민여론의 최대공약수라면, 하야는 답이 아니다. 헌법 제68조 2항에 따라 대통령 하야 후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한다면 각 정당에서 후보자를 선정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 수 있는 권위도 권력도 상실한 상황에서 임기가 끝나는 2018년 2월 하순까지 현 상황을 그대로 끌고 갈 수도 없다. 고육지책이지만 합의탄핵이 어떨까. 헌재에 의하여 탄핵심판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을 벌 수 있으며 그 동안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기 때문에 총리에 의하여 국정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여야가 협력하면 충격을 줄이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너무 인위적이고 약간의 돌발상황 만으로도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다시 책임총리제에 의한 거국내각방식으로 돌아오게 된다. 결국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고, 중립적인 총리가 여야의 협조 속에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국정을 이끈다면, 그 과정에서 정치권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위한 정치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 총리 추천 절차는 따지지 말자.

많은 과제도 남는다. 최순실 일파에게 아부했던 장관들, 친박 실세들, 청와대 비서관들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모두 정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소위 ‘전두환 특별법’에 버금갈 ‘최태민 일족 특별법’을 만들어 부정부패와 사기, 협잡, 국정농단, 혈세횡령, 국기문란 등으로 이룩한 부정한 재산을 철저하게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에 취약한 우리 기업들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치권력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보다 치밀한 민주주의 제도화를 이룩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 다음이다. 박근혜는 끝났다.

김주홍 울산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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