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부터 전해온 많은 이야기들
울산의 걷기좋은 길과 연결돼 있어
옛사람 자취 따라 몸도 마음도 힐링을

▲ 유영준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전문위원 관광학 박사·이학 박사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문장이 생각난다. 과거 경주자전거문화유적체험투어단장으로 활동할 당시 경주 방문객들에게 제공하던 안내책자를 통해 접한 글귀이며, 최근까지 여러 투어단과 동행하면서 문화재와 관광지를 안내해주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 말을 정말 공감하게 됐다. 관련 설화와 함께 문화재와 관광지를 알고 나니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소중하게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장에서의 스토리와 설화는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문화재 사진을 보며 암기식으로 들었을 때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 및 인식되는 것 같다.

울산에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곳곳에 많은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찾고 돌아다니다 보면 요즘같이 해가 짧을 때는 시간이 금방 지나가 어둑어둑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울산의 ‘길’과 연관 지어 풀어보고자 한다. 울산에서도 ‘걷기 좋은 길’들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져 단순히 걷기에 좋은 환경만 갖춘 것이 아니다. 설화와 전설, 사랑 등 이야기가 담긴 길이기에 의미가 깊고, 그만큼 여러 사람들이 찾는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담긴 울산의 길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울산어울길은 동구 염포누리길의 출발점인 월봉사에서 시작하여 남구의 선암호수공원까지 연결되는 총 75㎞로 완주하는데 35시간이 걸려 하루를 완전히 넘기고도 한참을 더 가야 완주가 가능하다. 어느 방송에서 이 길을 완주한 사람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박2일로 완주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날씨에서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총 7개의 구간으로 구성되었는데, 구간별로 짧은 구간은 3시간, 긴 구간은 6시간이 소요되기에 2개월에 걸쳐 틈틈이 찾아 볼 것을 제안한다. 하루에 1구간씩 걷게 되면 여유가 있고, 주변에 있는 볼거리와 이야기들을 상세하게 확인하면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신라시대에 울산이 경주와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고, 통일신라 말기가 되면 울산의 힘을 빌리기 위한 신라 왕들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북구의 강동사랑길은 1구간 믿음의 사랑길, 2구간 윤회의 사랑길, 3구간 연인의 사랑길, 4구간 부부의 사랑길, 5구간 배움의 사랑길, 6구간 사색의 사랑길, 7구간 소망의 사랑길이라는 7가지 주제의 사랑길을 조성하였는데, 각 구간별 코스에는 작은 표지판을 만들어 어떤 사랑 이야기가 있는가에 대한 설명까지 해주고 있고, 강동사랑길 해설사라는 자원봉사자들도 운영하고 있어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이야기길이다.

중구의 성안옛길은 3개 코스로 총 24.5㎞를 걷는데 6시간 정도 소요되며, 2010년 성안동 오솔길 조성이라는 사업으로 시작되어 1코스에는 분홍색 리본 100개, 2코스에는 노랑색 리본 60개, 3코스에는 하늘색 리본 40개가 달려 있다. 리본과 코스 내 지명과 설화 및 전설을 확인하면서 걸을 수 있는 이야기길인데, 울산어울길과 중복되는 구간도 있다.

남구의 솔마루길은 울산어울길의 7구간과 중복되는데, 솔마루하늘길에 설치된 조각상은 자연스레 포토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조성되어 있는 숲속도서관은 솔마루길을 걷다가 독서까지 할 수 있어 몸과 마음을 동시에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울산의 대표적 산악관광자원인 영남알프스에는 울산 울주군,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경북 경주시와 청도군 구간을 연결하는 영남알프스 둘레길도 조성되어 있어서 한 번 방문으로 인접 시·군을 함께 방문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역시 1박2일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다 둘러볼 수 있으므로, 든든하게 마음을 먹고 이야기길에 도전해 보아야 한다. 이곳에서는 울산 12경 중 하나인 가지산 사계뿐만 아니라 가지산 쌀바위와 같은 전래 설화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울산 전역에는 이야기를 따라 걸으면서 몸과 마음을 동시에 힐링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영준 울산발전연구원 창조경제연구실 전문위원 관광학 박사·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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