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도시풍경을 만들어야
획일화된 아파트 건축에서 벗어나

▲ 홍성용 건축사사무소NCSLab 대표 서울시공공건축가

‘월마트 이펙트’라는 말이 있다.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 단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지역경제가 초토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100개의 상점이 있으면 상점주가 있고, 건물주가 있다. 각 매장에 1명씩 직원이 있다면 100명의 고용이 창출되고, 관련 경제활동도 발생한다. 그런데 대형매장이 하나 들어서면 지역 소상인들의 소득이 줄어들거나 실직으로 이어져서 지역 소비능력이 급속히 상실된다. 월마트 역시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격을 더이상 내리지 않게 된다. 매출이 감소하면 월마트는 지역에서 철수한다. 이 시점이 되면 지역 경제 자체가 몰락할 뿐만 아니라 인구가 빠져나간다. 실제 미국의 지방 소지역에서는 이런 현상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파트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월마트 이펙트’의 대상이다. 아파트는 일시적으로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의 대량 공급으로 도시가 성장한 듯한 착시가 만들어진다. 2000년대 이전만 해도 분양가 억제가 있어서 서민주거 공급개념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대기업의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서울의 대형 설계사무소에서 설계를 하고, 본사에서 몇명의 상주직원과 전국적 하청업체 몇곳이 마무리 한다. 입주가 완료되면 더이상 건축행위를 통한 경제적 활동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건축공사 관련 지역 업체는 크게 수익을 만들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 지역의 건축 관련 소상공인들이 몰락한다.

더 큰 문제는 10~20년이 흐른 다음이다. 공동 아파트들의 몰락은 이미 서구에서 수십년 전에 나타난 현상이다. 획일화된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도시경관이 도시경쟁력과 전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이 약화되면 3차산업이나 지식산업으로 이동해야 지역경제가 유지되는데, 그 중 가장 고용효과가 높은 것이 관광산업이다. 관광산업의 핵심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색다른 경험의 기본은 도시경관의 차별화이다.

우리나라는 도시경관의 차별화가 거의 없다. 아파트로 빼곡히 채워진 도시는 서울이나 울산이나 동일하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은 이런 점을 직시해서 수십년 전부터 다양한 도시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2차세계대전 패망 후 1950년대 독일은 새로운 도시건설을 시작하면서 도시경관을 동시에 고민했다. 그 결과 50, 60년이 지난 지금 각각의 도시경관 정체성을 가지게 됐다. 뭔헨은 슈트트가르트와 다른 모습이고, 드레스덴과도 다르다. 우리가 보면 모두 수백년 된 건물 같지만 연혁을 보면 몇십년짜리가 즐비하다. 독일을 찾는 관광객의 시각적 만족감이 채워지는 것이다. 미국도 이런 정책에 적극적이다.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이고, 카멜바이더시같은 소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10층짜리 하나 없는 카멜바이더시는 부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최고의 도시로 손꼽히며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매력적인 도시가 됐다.

울산에 대한 제안을 하면 소상공인 경제활성화와 장기적 관광수입 확보를 위해 집짓기 전략을 도시 경쟁력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 우선 아파트 건축이 어쩔 수 없다면 건물 모양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해서 획일화된 풍경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양가 상승 요인은 지극히 미미하다. 다음으로 중저층의 가로형 주거단지를 연구하고 지역화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식 타운하우스에 대한 법안을 정비해서 울산만의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유리와 철로 만들어진 그럴싸한 현대적 건물은 돈만 있으면 다 짓는다. 전국 어디에 있어도 무방한 건물이 아닌 울산을 해석하고, 울산의 특징이 담긴 건물과 도시공간을 만들 때 도시경쟁력이 배가 된다.

프랑스 도시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지역별로 책임이 부여된 건축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나 경북 영주 등지에서 유사한 제도를 갖고 있지만, 실천력이 없는 자문이나 심의위원이어서 효과가 거의 없다. 김영란 법의 시행으로 부조리한 청탁의 우려가 많이 없어졌기 때문에 정당한 보수를 주고 지역별(세분화 하면 동별)로 책임건축가를 선임해서 건축과 도시경관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긴다면 지역적 정체성도 확립되고 매력적인 울산이 탄생할 것이다.

홍성용 건축사사무소NCSLab 대표 서울시공공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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