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할지는 막판까지 유동적인 5~13개 안팎 경합주(州)가 결정할 전망이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이 주별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 선거인단이 대선 후보를 최종 선출하는 간접선거로 치러진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매직 넘버’로 불리는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쪽이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되는데 막판 경합주가 늘어 판세가 안갯속이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각각 확보한 선거인단 숫자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플로리다·오하이오 등 경합주 5~13곳
인종별 투표율·부동층 향배가 변수로
역대 가장 인기없는 대선후보로 꼽혀
상대후보 막기 위한 ‘방어투표’ 많아

◇경합주 이겨야 백악관 입성

미국 대선은 간접선거라는 특성 때문에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는 앞서도 선거인단 수에서 모자라면 패배한다. 한표라도 더 많이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인 만큼 선거인단수가 많은 대형주를 잡는게 관건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2000년 대선이다. 당시 민주당 후보 앨 고어는 전체 득표수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약 54만표 앞섰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266명에 그치며 271명이던 부시 전 대통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이미 전통적으로 표심이 한쪽으로 기운 주를 제외하고, 어느 쪽으로 기울지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는 두 후보가 놓칠 수 없는 승부처다. 경합주로 분류되는 지역은 분석에 따라 최소 5~6곳, 최대 12~13곳이다.

히스패닉이 많은 플로리다(이하 선거인단수 29명), 백인 중산층이 많은 펜실베이니아(20명)와 대표적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오하이오(18명) 등은 선거인단이 많아 백악관에 입성하려면 반드시 이겨야하는 주요 경합주로 꼽힌다.

미 언론은 클린턴이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대선 승리에 필요한 270명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합주의 향배가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CNN 분석에 따르면 판세가 기운 지역과 확실한 지지지역을 통틀어 각 후보가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인단은 클린턴 268명, 트럼프 204명이다.

NBC방송은 클린턴이 274명을, 트럼프가 180명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트럼프가 오하이오 등 ‘러스트벨트’에서 선전하고 플로리다 등을 챙기면 271~279명을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합주 막판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 지지율이 박빙이다. CBS뉴스가 지난 2~4일 유권자 237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 클린턴은 각각 45% 지지율을, 트럼프는 각각 46%·45% 지지율을 얻었다.

◇변수는 조기 투표율·인종별 투표율 등

조기투표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2008년과 2012년 대선 조기투표율은 각각 29.7%, 31.6%였다. 미 언론은 올해 조기투표율이 역대 가장 높은 35~40%, 조기 투표자는 4600만~5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비영리단체 ‘미국 선거계획’ 집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조기·부재자 투표를 허용하지 않는 7개 주를 뺀 43개 주에서 유권자 4119만1079명이 조기투표를 마쳤다. 대선 사흘 전에 등록 유권자의 28.2%가 조기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지금까지 조기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아 클린턴이 상대적으로 앞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히스패닉 유권자의 조기투표율이 높은 것도 클린턴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의 경우 6일 오전까지 민주당원의 조기 투표자 수는 공화당보다 3만3000명 많았다. 조기투표를 한 히스패닉 가운데 민주당원 비율은 41%로 공화당원(29%)을 앞섰다.

인종별 투표율도 당락을 결정할 변수로 꼽힌다. 미 언론은 대선 당일 백인 투표율이 올라가면 트럼프가, 흑인 등 유색인종 투표율이 상승하면 클린턴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과 비교해 미국 내 백인 수가 줄고 히스패닉과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증가한 점은 클린턴에게 호재다.

반면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몰표를 안긴 흑인 표심의 열기가 클린턴에게 그대로 옮겨오지 않고, 백인들의 사전 투표율은 2012년 대선보다 올라 표심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선후보로 꼽히는 2명이 경쟁하는 대선이어서 시큰둥한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할 동기 부여도 중요하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이 등록 유권자 10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클린턴을 뽑겠다는 유권자 중 29%만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막기 위해 투표한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의 43%가 클린턴에 맞서는 방어적인 투표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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