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으로 인해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을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한다. 이 ‘블랙아웃’ 증상이 반복되면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 블랙아웃 현상은 술에 들어있는 에탄올 독소가 뇌의 기억 입력활동을 차단하면서 발생한다. 뇌는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음주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블랙아웃 증상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갑자기 올라갈 때 발생하기 쉬우므로 채소, 과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등 적절한 안주와 함께 술을 마셔야 한다. 김창수 마더스병원장과 함께 알코올성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지속적 음주로 인한 뇌손상 원인
‘필름’ 끊기는 일 반복되면 위험
감정·충동 조절하는 전두엽 상해
초기부터 폭력적 성향 보이기도
술 마셔야 한다면 물 자주 섭취
과일·야채 등 수분 많은 안주를
공복·폭음·흡연 피하고
과음 후 3일은 쉬어야

◇최근 기억 못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면 의심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0%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알코올 과다 섭취로 인해 우리 뇌의 기억을 관장하는 영역들이 손상을 입으면서 발생한다.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은 “초기에는 뇌 기능에만 약간의 문제가 생길 뿐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뇌 손상이 반복돼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게 되면 뇌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의 뇌를 단층 촬영해보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구조물의 변화 외에 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몸의 균형과 조화로운 운동을 유지시키는 소뇌에도 위축이 나타나 떨림이나 보행 시 비틀거림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창수 마더스병원장이 알코올성 치매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블랙아웃이다.김 병원장은 “블랙아웃 현상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또 잦은 술자리, 피곤한 상태에서의 음주, 공복 시 음주 등이 위험성을 더욱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켜 치매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알코올성 치매 초기에는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김 병원장은 “뇌의 앞부분에 위치한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으로 알코올에 의해 손상될 수 있다. 노인성 치매와 달리 알코올성 치매에서 비교적 초기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은 바로 이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은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치매 증상을 빼놓을 수 없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기억장애 증상이 심해지는데 초기에는 최근에 발생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점차 진행되면 평소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 가져야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올바른 음주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김 병원장은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신다면 물을 자주 마시고, 과일이나 야채 등 수분이 많은 안주를 먹는 것이 도움된다. 빈 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체내로 빠르게 흡수돼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공복에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또 술잔을 비울 때는 한 번에 마시지 말고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 “피곤한 상태에서는 우리 몸의 해독력이 떨어져서 쉽게 취할 수 있는 만큼 수면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음주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간 기능은 보통 72시간이 지난 뒤에야 정상으로 회복되는 만큼 과음을 한 뒤에는 3일 이내에 다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음주 중에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한다. 흡연 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가 간으로 공급되는 산소를 차단해 해독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주·균형잡힌 식사·운동으로 치료

알코올성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술을 끊어야 한다.

김 병원장은 “알코올성 치매가 발병할 확률이 높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금주 의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의료기관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보통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약물치료로는 신경인지 기능활성제인 콜린성약제, NMDA 수용체 차단제 등을 사용하고,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항우울제, 항정신병약물 등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 외에도 기본적 일상생활을 최대한 스스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작업요법, 인지기능 강화요법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알코올성 치매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끝으로 김 병원장은 “운동은 뇌혈류를 증가시켜서 뇌의 기능회복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또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사, 규칙적인 생활, 금주 등으로 알코올성 뇌 손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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