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센터장
얼마 전 한 지상파 방송에서 ‘지방의 누명’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후 이른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관심을 받게 됐다.

초고도 비만 출연자들이 굶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마음껏 삼겹살, 버터 등 고지방식을 하면서 몇 달 만에 수십 ㎏의 체중을 감량하는 모습을 보고는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버터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방을 먹는데 지방이 빠진다는, 역설과도 같은 상황이 과연 사실일까.

우리 몸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저혈당에 빠졌을 때 사탕이나 당을 먹으면 금방 혈당이 올라가듯이 빠른 전환율을 가지고 있다.

또 지방은 세포와 몸의 주요 구성성분이며 탄수화물이 부족할 경우 탄수화물로 전환 가능한 비상 에너지원으로 비축된다. 그런데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을 유지하게 되면 비록 섭취하는 지방이 있다고 하더라도 몸에 축적된 지방이 더 분해돼 체중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주류 영양학계로부터 건강의 적은 지방이라고 알려졌으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고 지방은 가능한 줄이라고 각국 정부도 소개해 왔던 게 사실인데, 지방을 70~75%로 늘리고 탄수화물은 5~10%로 줄이자는 의견은 큰 반향을 일으킬 만하다.

하지만 진정한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은 삼겹살과 버터만 먹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재료로 당을 줄이고, 채소 섭취량을 늘리고, 건강한 기름을 섭취하되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자는 데 있으며 단기적인 다이어트 목적이 아니라 평소의 건강한 식사습관이 돼야 한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서 본인에게 맞는 건강한 식사습관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저탄수화물 고지방식단으로 체중 감량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호전됐다는 분들을 보면 본인들이 건강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찾아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결과를 바라볼 여유가 필요하며 대규모 임상연구의 결과들이 나오면 좀 더 신뢰를 높여 줄 것으로 생각된다.

그 동안 본인만의 식사습관으로 건강하게 잘 지냈는데 본인에게 맞지 않는 식단으로 갑자기 변경할 이유도 없으며, 새로운 식단으로 건강을 다시 찾았는데 다시 이전 식단으로 돌아갈 이유도 없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아주 극단적인 것보다는 중간에 적정선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개개인마다 그 적정선이 다를 수도 있음을 인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즐겁게 건강할 수 있다.

김구상 울산시티병원 유방갑상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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