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애딛고 우리동네 지킴이로 활약하는 김동선·김덕순씨 부부

▲ 마을에서 지킴이, 살림꾼으로 통하는 김동선·김덕순 부부가 자신들이 경영하는 배농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동네 사람들 집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몇개인지부터 무슨 걱정이 있는지 얼굴만 봐도 다 압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양암마을에서 배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동선(62)·김덕순(54)씨 부부는 장애인 부부다. 이들 부부는 비록 몸이 불편하다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양암마을의 크고작은 일을 도맡아 챙기는 마을 지킴이, 살림꾼으로 통한다.

울주군 양암마을서 배농장 운영하는 부부
척추결핵 5급·소아마비 2급 장애에도
마을 챙기는 지킴이·살림꾼으로 통해
“장애는 나에게 아무런 제약 되지 않아”

4년째 양암마을 이장을 연임하고 있는 김동선씨는 50여년전 초등학교 때 나무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치면서 척추결핵 장애 5등급 판정을 받았다. 사고 이후 성장이 멈춘 김씨의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멈춰버렸다. 사고가 난지 3년여가 지나고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해졌지만 자신감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김씨는 “처음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나’ 원망도 했지만 이럴수록 내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살아가려면 기술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양장점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양장점 일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한창 기성복이 밀려들면서 양장점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후 김씨는 아버지가 하던 농사일을 물려받기 위해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때 평생의 동반자가 된 아내 김덕순씨도 만나게 돼 가정을 꾸리게 됐다. 아내 김씨는 소아마비 장애 2등급으로, 이들 부부는 30여년전부터 지금까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배농사를 시작한 김씨는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10여년 전 서생면에서 가장 먼저 PC를 배워 인터넷으로 배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비록 몸이 불편하더라도 내가 일반 사람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또 농민교육을 받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술을 농사에 적용할 수 있을지, 그리고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을지 연구했다”고 말했다.

현재 양암마을은 총 60여 가구로 그중 40여 가구가 배농사를 짓고 있다. 어느새 경력 30여년의 베테랑 농사꾼이 된 김씨는 마을 주민들 중에서도 배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마을에 큰 일이 닥쳤을 때도 이장인 김씨는 누구보다 앞장선다.

양암마을 배농가들은 이번 태풍 ‘차바’로 인한 낙과피해 뿐만 아니라 지난 2014년 8월에도 큰 홍수가 발생해 마을도로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농장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침수돼 주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때도 앞장서 복구작업을 이끌었다.

김씨는 “신체의 장애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조금만 더 움직임으로써 마을 사람들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나설 것”이라며 “이번 태풍 피해도 마을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극복해냈듯이 우리 양암마을을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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