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특권·허례 사라진 문예현장

▲ 문화예술계는 김영란법 시행초기 큰 혼란을 겪었으나 마케팅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면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사진은 법 시행 직후인 9월말 시작돼 지난달 10월3일 폐막한 ‘2016 처용문화제’ 행사장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예술현장 또한 전환점을 맞고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공연과 전시 행사장의 허례가 줄어들고 초대권을 바라는 기득권의 특권의식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달 23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한 공연행사에는 예년과 다른 현상이 빚어졌다. 통상 공연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공연장 로비에 세워지던 3단 축하화환이 사라진 것이다. 로비에 세워지는 화환의 갯수와 꽃바구니의 크기는 종종 공연 주관단체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김영란법 이후에는 대폭 줄어든 것이다.

화환·꽃바구니 줄어들고
초대·할인권 청탁도 ‘뚝’
혼선 빚던 대외홍보 안정화

공연단체 관계자는 “사전에 화환을 보내겠다는 전화를 받았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정중히 거절했다”며 “동종업계에서 화환 보내기는 일종의 상부상조 개념이었고 솔직히 부담스러웠는데 이 참에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 구군문예회관 공연기획 담당자들은 무료초대권 청탁에서 자유로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한 담당자는 “대형공연이 많은 연말을 앞두고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초청장이나 할인티켓을 구해달라는 청탁전화가 쇄도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지, 그런 문의전화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는 전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지난달 말 개인전을 연 한 서양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통과의례와 같았던 공식만찬을 과감히 없앴다.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상관없이 크고작은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주관단체의 주도 아래 관람객을 위한 리셉션과 만찬이 꼭 마련됐으나, 경비부담이 컸다”며 “이를 대신해 작품이해를 돕는 설명서를 제작했더니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단계로,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초기 혼선을 빚었던, 문예기관과 각종 축제추진위원회의 대언론 홍보활동도 점차 제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당초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기자가 기사작성을 위해 영화나 공연, 경기 티켓 등을 제공받는 행위가 불법인지 여부를 놓고 혼란이 일었으나,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문화행사를 사전에 알리는 언론취재활동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문화·예술·체육 등 관련 분야 기자가 취재목적으로 티켓을 제공받아 공연이나 경기 및 전시 등을 무료로 보는 것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8호의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키로 정리가 됐다. 다만 기자에게 발급되는 ‘프레스 티켓’ 외에는 부정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한 문예기관 대외홍보 담당자는 “문화행사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성공개최를 결정하는 주요인인데 초창기에는 이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울 수 없어 적지않은 혼선을 빚었다”며 “하지만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대외홍보활동에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 거의 예전수준으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용문화제와 울주세계산악영화제 등 지난달 행사를 개최한 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미디어데이’ ‘기자간담회’ ‘순회설명회’ 등 공식마케팅이 점점 세분화되면서 추진위의 업무가 그만큼 늘어났지만, 그 대신 관행으로 제공되던 다양한 특권이나 ‘공짜표’가 사라진 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들은 “시행 초기인 김영란법이 지역축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위기이면서 기회인 것은 사실”이라며 “지역축제의 성공은 얼마나 우수한 콘텐츠를 갖추는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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