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이탈리아 슬로푸드 운동의 진원지 ‘브라’

▲ 이탈리아 브라 미식과학대학 전경.

이탈리아 제2의 공업 도시 토리노에서 1시간 남짓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달리면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의 진원지 브라에 닿는다. 이곳에서 달팽이를 상징물로 내건 슬로푸드 운동이 탄생했다.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는 1986년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 식품회사의 유럽진출을 거부하고 지역의 전통적인 다양한 식생활문화를 지키려는 슬로푸드 운동을 시작했다.

슬로푸드운동은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떻게 재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돼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해 생각해봄으로써 생산, 유통, 조리, 섭취 방법 등을 바르게 하자고 제안하는 운동이다. 1989년에는 국제협회로 등록됐고, 여기에 동참하는 세계인이 늘면서 150개국 100만명의 회원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07년부터 참여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2000개 이상의 지부가 있으며 UN과 유럽연합의 지원을 받고 있다.

슬로푸드협회, 세계 2천여개 지부 있어
‘깨끗한 생산·맛·적절한 대가’가장중요
슬로푸드 축제·세계 치즈 축제 등 개최
“한국은 아시아권 슬로푸드 주도하는곳
최근에 전통차보다 커피 인기 안타까워”

슬로푸드협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깨끗한 생산과정, 맛, 생산한 사람에 대한 적절한 대가(돈)이다.

특히 이 협회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슬로 푸드를 발굴하고, 알리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슬로 푸드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 슬로우푸드협회의 직원 파올로 디 크로체(Paolo di croce)씨가 슬로푸드협회를 찾은 취재진에게 슬로푸드협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슬로푸드 축제는 브라 인근의 조금 더 큰 도시인 토리노에서 2년마다 개최된다. 올해 9월에 개최된 축제는 열 번째 축제였다. 올해는 처음으로 야외에서 축제가 진행됐는데 5일 동안 100만여 명이 찾았다고 한다. 또 브라에서는 2년마다 인근 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치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세계 치즈 축제가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2년마다 슬로푸드 축제를 열고 있으며, 슬로푸드협회의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취재진을 맞은 슬로푸드협회의 직원 파올로 디 크로체(Paolo di croce)씨는 “한국에서 이렇게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 한국은 아시아 중에서도 슬로푸드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나라이며, 아시아권 슬로 푸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9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개최된 슬로푸드 축제.

또 그는 한국에서 전통차를 즐겨 마시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스러움을 표했다.

파올로 디 크로체씨는 “한국이 예전에는 차를 즐겨 마셨는데 요즘에는 커피가 전통차보다 10배 이상 잘 팔린다는 것에 놀랐다. 마케팅전략 때문이 아닌가 추측한다. 중요한 음식문화를 잃어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면서 “슬로푸드는 그 나라가 가지는 음식에 대한 문화를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들어 ‘음식’이 매우 중요한 토픽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음식과 건강은 어느 나라에서나 강조되는 것이다. 이렇게 건강한 음식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파올로 디 크로체씨는 강조했다.

▲ 이탈리아 브라에서는 2년마다 인근지역에서 전통방식으로 제조한 치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세계치즈축제가 열린다.

그는 “요즘 이탈리아의 경기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있는 작은 커피숍이 100년 이상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음식의 품질 때문이다. 피제리아나 커피숍 등을 열었다가 몇년 안돼 금방 문을 닫는 사례도 많다. 하지만 좋은 재료를 쓰면 보다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고,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 파올로 페라리니 브라 미식과학대학 홍보담당 매니저

“슬로푸드 철학, 대학교육에 접목 마케팅·연구하는 음식전문가 키워”
[인터뷰]파올로 페라리니 브라 미식과학대학 홍보담당 매니저

이탈리아 브라에 위치한 미식과학대학은 슬로푸드 운동의 창시자인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설립했다. 이 학교에서는 음식 조리법뿐만 아니라 음식에 대한 기원, 생산방법 등에 대해 교육하고, 지역 기업체들과 공동으로 음식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 각국 5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며, 졸업 후 80% 이상의 취업률을 자랑한다. 특히 이 학교에는 매주 터키, 미국, 페루 등 세계적인 유명 쉐프가 교내식당을 찾아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가격은 한끼에 5유료(6200원)다. 파올로 페라리니(Paolo Ferrarini) 홍보담당 매니저와 일문일답.

-대학 설립 배경과 이유는.

“카를로 페트리니는 슬로푸드 운동을 진행하면서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 학교를 설립했다. 이곳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음식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는가를 교육한다. 그래서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전문 셰프가 되기보다 마케팅이나 연구 등을 담당하는 음식 전문가가 된다. 3년 전부터는 셰프과가 신설됐다. 이 과 역시 슬로푸드 철학을 기본 베이스로 한다.”

▲ 이탈리아 브라 미식과학대학 내 와이너리 담당자가 방문자들에게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슬로푸드 철학을 대학교 교육 과정에 어떻게 접목시켰나.

“슬로우 푸드협회에서 주장하는 음식이 깨끗하고 맛있어야 한다는 철학은 모든 과목의 기초가 된다.”

-교과과정 중 음식문화탐방이 인상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목적은 무엇인가.

“1년에 총 120번의 탐방이 이뤄진다. 이탈리아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간다. 음식을 글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어디서 생산되고, 무엇을 먹는지 직접 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졸업 후 학생들의 진로는.

“학생들은 매년 시험을 치르고 어렵게 졸업한다. 이 학교의 졸업장은 국내외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된다. 졸업한 학생들은 대기업에서 일하거나 피자나 파스타 전문점에서 근무한다. 또 창업을 하기도 한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