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9월말 기준 공인중개사수 2천명 돌파
개발호재 많았던 중·북구 증가세 두드러져
‘과포화’ 수입 줄고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

▲ 경상일보 자료사진

#대기업 증권회사에 다니는 박모(42·울주군 범서읍)씨는 얼마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부터 주말 등을 이용해 틈틈이 독학으로 공부해 온 박씨는 한 차례 낙방한 뒤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했다. 박씨는 “언제까지 회사에 몸 담을지 모르는데다 요즘은 퇴직시기도 빨라져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해 따게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반인 김모(26)씨는 요즘 자신의 대학전공(무역학과)과는 무관한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무역회사 취직을 위해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번번히 실패하자 결국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취업난에 불안정한 직장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물론 20~30대 젊은층까지 공인중개사 시험에 몰리고 있다. 전문직에 정년이 없다는 메리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에 뛰어들면서 개업공인중개사 수도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울산지역의 개업공인중개사(중개사·중개인·법인 통합)수는 2137명으로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2011년 1355명에서 불과 5년만에 57.7%(782명)나 급증한 것이다. 중개인을 제외한 순수 공인중개사 수(1230명→2053명, 66.9%↑)만 볼때는 증가폭이 더 크다. 구·군별로는 우정혁신도시 개발과 강동권 개발사업, 대단위 아파트단지 건립 등으로 개발 호재가 많았던 중구와 북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처럼 울산지역의 개업공인중개사 수가 급증한 것은 2010년을 전후해 혁신도시발 개발 붐 등에 따른 지역 부동산 시장 활황에다 취업난, 불안정한 직장 등 퇴직 이후 삶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인중개사 응시인원 19만1508명 가운데 20대가 2만1936명, 30대가 5만8665명으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57.5%와 32.1% 급증했다. 반면 40~50대는 각각 24%, 18.1% 증가에 그쳤다. 전체 증가율이 27.4%라는 점에서 젊은층이 증가를 주도한 셈이다.

특히 공인중개사가 여성들의 전문직 또는 부업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여성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 울산은 지난해 처음으로 여성 공인중개사 수가 남성 공인중개사 수를 앞질렀다.

하지만 이처럼 개업공인중개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수익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산대 부동산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개업 공인중개사(주택전문)들의 연간 수입은 3688만원으로 4년전(3798만원)에 비해 오히려 감소했다. 서울(7334만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개업 중인 공인중개사만 전국적으로 9만3200명에 달한다. 여기에 대기중인 자격증 보유자만 36만명으로 그야말로 시장은 과포화 상태”라며 “이 때문에 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공인중개사 수급 조절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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