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합의 4차산업혁명 전개되면
노동시장 분화 등 제조업 위기 현실로
기술혁신 토대 경쟁력 강화만이 살 길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현재 글로벌 경제는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거대한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 바 제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금년 초에 있었던 세계 정치경제지도자들의 모임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동 포럼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화두를 던지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한 기계에 의한 생산을 ‘제1차 산업혁명’, 전기와 생산조립라인에 의한 대량생산을 ‘제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혁명을 ‘제3차 산업혁명’, 그리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프린팅, 염기서열분석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물리학, 생물학이 융합된 새로운 기술을 ‘제4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 요즘 언급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드론은 물론 로봇비서, 로봇약사가 등장하고 개인별 맞춤헬스가 가능해지는 등 공상영화속 장면들이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제4차 산업혁명은 기존시스템의 파괴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는 사회경제적 전환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도 적잖이 드리울 것으로 예상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이다. 이전의 산업혁명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대두됐지만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불평등문제는 과거에 비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이 고도화되면 노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투입이 확대되게 된다. 그리고 노동의 경우에도 창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소수의 우수한 인력은 우대를 받는 반면 단순반복업무 종사자들은 소외를 당하게 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어 노동시장이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고소득전문직과 단순 반복적인 저소득노무직으로 재편되는 한편 중간소득의 노무직은 크게 줄어들어 이른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국제회의에서 옥스퍼드대학교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는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기존의 제조업 일자리는 다 없어질 수도 있다”라고 언급하였는데 이는 제4차 산업혁명 하에서의 노동시장의 분화과정을 예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우리경제는 모방형 기술 개발전략을 바탕으로 선진국 대열의 후미에 따라 붙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실물경제의 부진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성장과정에서 수면 하에 잠복했던 각종 구조적 문제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수출은 금년 하반기쯤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라던 당초의 기대와 달리 아직도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건설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활성화 방안은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정책기조의 변화가 검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및 소득 불균형, 가계부채 누증 그리고 이로 인한 성장 잠재력 약화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문제 제기와 논쟁이 이어져 왔으나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내외 경제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그 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여기에 더해 새로운 경제흐름 속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운데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고 세계 경제사에서 유례없는 높은 성장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중진국으로 후퇴하느냐는 앞으로 다가올 몇 년 안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왔듯이, 구조개혁과 선진제도 기반 마련 그리고 기술혁신을 토대로 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우리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지금 우리의 한 쪽 발은 경기부진 및 구조개혁이라는 위기 위에 있고 다른 한 쪽은 새로운 시대조류라는 기회 위에 있다. 위기를 딛고 기회에 동승할 것인지 위기에 매몰될 것인지 그 것은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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