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출 사회문화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라 특혜에 분노한 중고교생도 거리로 나섰다.

시국선언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교수와 같은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 등이 한데 모여 우려를 표명하는 것’이다.

민주화 이전의 시국선언은 죽음까지 각오해야 할 정도의 행동이었지만 민주화 이후 의사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시국선언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등장했다.

서울대 교수들도 개교 이래 최대인 전체 3분의 1인 728명이 서명에 참여해 시국선언했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대통령 퇴진 목소리도 거세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과 포스텍도 대학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하지만 울산을 대표한다고 하는 울산대학교와 울산과학기술원의 시국선언 모습은 판이하다.

오히려 시국선언에 적극적인 곳은 울산과학기술원이다.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한데 이어 대학원생 총학생회도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자칭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교수 일동도 지난 1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울산대학가에서 교수들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시국선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수들은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책임진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부끄러움과 울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울산대 총학생회는 시국선언에 필요한 모든 학생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이유로 시국선언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총학생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울산대 일부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학생 서명운동을 벌여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학생들은 “학생 대표기구라고 칭한 총학이 대표성을 잃었다. 시국선언에 반대하는 학생들을 핑계로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있다”며 핏대를 세웠다.

울산과학기술원 교수들은 시국선언 현장에서 “요동치는 시련을 겪고 지켜낸 민주공화국의 시스템이 무너졌다. 과학기술인은 사회와 무관하게 객관적 진리만을 추구하는 자인가? 더 이상의 침묵은 비겁”이라고 말했다.

울산대학교 졸업생들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얘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봉출 사회문화팀 kbc78@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