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터전 도서관은 입지가 중요
부작용 예견되는 시립도서관 재고를

▲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면 그 배움의 터전이 학교요 또한 도서관이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30년간 분뇨처리를 해온 여천위생처리장 위에 건설 될 시립도서관이 110만 시민의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로써 배우고 즐길만한 터전이 될 수 있을까? 문제는 당장 현장 작업 인부들이 고통을 느낄 정도의 화학공단과 여천천의 악취를 벗어날 수 없는 점이다.

지난해 12월에 착공한 부지 3만2594㎡의 울산시립도서관 신축 공사는 예산 472억원을 투입, 건축연면적 1만5176㎡,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철근 철골 콘크리트 구조물로 내년 12월 준공 예정으로 현재 25%정도의 공정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존 위생처리장이라도 그 장소가 도심의 아름다운 환경을 끼고 있다든가 전망이 수려한 곳이라 오히려 도서관 시설로 전용함이 더 적절하면 그렇게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석유화학공단과 불과 200m 떨어진 울산의 동남 끝자락에 위치하며 오염된 여천천으로 가로막혀 있다.

울산시는 당초 4억여원을 들여 4월 말까지 폐기물 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3400여t의 폐기물이 늘어나면서 처리 기간은 미뤄졌다. 사업비도 덩달아 7억여원으로 껑충 뛰었다. 1977년 분뇨처리를 위해 건설된 여천위생처리장 내에 쌓인 각종 폐기물 규모 산정에 실패한 게 원인이다. 이처럼 반년 넘게 두 가지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자 주변에서는 도서관 공사 이후 예전(분뇨처리장 때)처럼 악취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여전히 현장에 남아있는 잔존 폐기물 100t가량은 현재 건축공정의 되메우기 용으로 사용 중이며, 당초 설계된 양질 성토재 대신 폐토석(폐기물) 혹은 저렴한 순환골재인 폐아스콘으로 온통 덮여있다. 이런 작업환경에 시공도 완벽할리가 없다. 철근 철골은 부분적으로 심히 녹슬었고, 전술한 되메우기 토질도 앞으로 심각한 공해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에듀테인먼트로서 도서관은 도시의 교육·문화의 산실이며 희망과 꿈을 실은 110만 시민의 대표적인 공익시설이다. 이런 중요한 시설을 유해환경 지역으로 지목 되었던 분뇨처리장이 아닌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찾고 싶은 지역에 도서관을 지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공공도서관 건립매뉴얼에서 ‘건립위치가 1차 반경 내(1㎞) 모든 잠재 이용자들이 도보로 15분 이내로 접근 가능해야 한다. 공공도서관은 지역 주민에게 충분한 인지성이 있으며 접근성이 양호한 위치에 들어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단과 200여m 거리에 위치해 악취 공해지역에 속하고 현재 시내버스 노선도 5개뿐이어서 접근성도 떨어진다. 최근에는 현 부지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에 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이전 될 계획이라는데, 시는 필요시 최첨단 방음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 하고 또 침수에 대비 토지 보강공사를 할 계획이며 공사비는 1.5m를 높이는데 2억2000만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이것 또한 불필요한 시민의 혈세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지?

거름(분뇨)을 잘 준 기름진 논밭은 농작물이 잘 자라겠지만 이런 환경이 결코 사람들이 들어가 배우고 즐기면서 살아갈만한 도서관 터전은 아니다. 공단 쪽으로 작은 산이 있다고는 하나 산이라 부르기 보다는 야트막한 도서관 옥상에서 공단을 바라볼 정도의 언덕이라고 함이 타당할 것인데 앞으로 공해차단 녹지를 조성하겠다고 하나 내년 12월 준공을 하면 또 아무리 비싼 나무를 심는다 하더라고 숲이 조성되어 그 덕을 보는 것도 부지하세월이다. 참으로 백년지대계를 내다볼 줄 아는 선견지명을 가진 지도자의 통찰력과 미래의 안목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철수 울산사회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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