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시 중구가 수해 피해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데 원인규명과 대책 수립을 위한 전문가 용역의뢰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용역의뢰 기관을 어디로 선정할 지를 두고 중구청과 의회, 주민들이 논란이다. 용역기관 선정에 따라 결과의 유불리가 달라질 것이라며 서로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수해는 분명 유례가 없는 폭우에 의한 자연재해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잘못된 시설이나 늑장대처로 인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그 잘못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보상요구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용역기관 선정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용역에서, 의뢰하는 공공기관이나 의뢰받은 용역기관들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결과가 아니라 짜맞춘 결과를 내놓는 등으로 불신을 자초해왔기 때문이기도 한다.

중구청은 이에 용역기관 선정을 의회에 맡기는 것으로 불신의 벽을 넘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의회는 더 나아가 예산을 의회로 넘겨주어 용역을 의회가 진행하겠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집행부와 의회는 서로 역할이 정해져 있다.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결론은 각각의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서로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한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태풍 차바의 피해 발생 원인규명은 일회성이 아니다. 앞으로 이같은 자연재해가 또 닥치지 말란 법이 없다. 비슷한 규모의 폭우가 아니더라도 많은 비가 내리면 주민들은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때문에 원인규명을 명확히 하고 대책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용역결과에 대한 주민들의 수용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피해 주민들이 용역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면 더 큰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

주민들로서는 불신이 없을 수 없겠으나 중구청이나 용역기관이 우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짜맞추기식 결과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그렇게 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용역업체 선정을 중구청이 독단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용역기관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고 용역기관 선정에도 주민들과 의회가 적극 참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청은 15일까지 의회에 용역기관 추천과 협조를 구한다고 하는데 날짜를 정해놓고 서두를 이유도 없다. 주민들의 불신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천천히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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