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범상 울산대 교수.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둔 윤범상(64) 울산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의 시계는 여전히 빠르게 흘러간다. 마지막 학기 마무리와 함께 새롭게 시작한 분야에 대한 학구열 덕분이다. 윤 교수는 30여 년간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직을 코앞에 두고 인생 2막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로 ‘음악인 윤범상’이다. 내달 7일 오후 7시에는 울산 중구 옥교동 시계탑사거리에 위치한 소공연장 플러그인에서 지인들을 모아놓고 정년퇴임 기념 콘서트도 마련할 계획이다. 콘서트에 앞서 <범상한 삶>이라는 제목의 자서전도 출간된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의 한 아파트에 마련된 윤 교수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정년 맞는 울산대 윤범상 교수
30년 넘게 피아노 연주에 대한 로망
6년 전에야 학원 찾아가 기본 익혀
작곡·편곡 배우고 작업실도 마련
내달 지인들 모아 퇴임기념 콘서트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몰라
노인 위한 발라드 작곡 도전”

“지난 여름방학 때였어요. 오전 10시에 작업실로 나와 편곡을 시작했죠. 악기, 리듬, 코드 등을 바꿔가며 이 음악, 저 음악을 만들어봤어요. 그렇게 심취해 있다가 ‘배고픈데 점심이나 먹으러 가볼까’했더니 글쎄, 오후 6시가 다 됐더라고요. 30년 넘게 공학 공부를 했는데 이렇게 몰입해 보진 못했어요.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재밌는 것을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요.”

윤 교수는 어릴 적부터 음악에 재능을 보였고, 좋아했다.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면 늘 무대에 올라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하지만 음악을 전공하거나 가수의 꿈을 꾸진 않았다.

그렇게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9년 해군 대위 시절 우연히 호텔에서 피아노 치는 남자를 봤는데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윤 교수는 그때부터 피아노를 꼭 배워야지 했는데 30년 동안 못 배웠다. 그리고 31년 후인 2010년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4~5세 어린이들과 함께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를 배우다 보니 작곡에도 욕심이 생겼고, 컴퓨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작곡·편곡법까지 배우게 됐다. 또 애주가인 그가 술을 끊고 모은 돈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장만하기도 했다.

그는 일생 동안 해 온 조선공학, 역학, 수학 등에 대한 연구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윤 교수는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아깝지만, 전공은 여기까지만 하고 앞으로 새로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그랬더니 새로운 인생을 만났고, 인생을 두 번 사는 기분”이라고 했다.

또 그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은퇴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은퇴 후 시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많은 은퇴자가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한다. 정년을 몇 해 앞두고 정말 진지하게 인생 2막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남들과는 차별화되는 작곡을 하고 싶다고 한다. 수학을 이용한 작곡이다.

그는 “피타고라스 때부터 음악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은 많았다. 그런데 나는 수학, 특히 도형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수학을 이용한 작곡뿐만 아니라 60~70대 노인들을 위한 따뜻한 ‘노인 발라드’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각오도 전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 60~70대 노인 대부분이 ‘삼팔선의 봄’ ‘두만강’ 등 한(恨) 많은 노래를 주로 부른다. 어릴 적부터 이런 노래를 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노인 세대에도 젊음이 있었고, 사랑 등 청춘을 경험했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사랑과 청춘을 떠올릴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 노인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인 발라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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