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창사 44년만에 6개의 회사로 분할된다. 15일 이사회를 열어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 조선·해양·엔진 등 선박 건조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업을 하나로 묶고, 나머지 비조선 사업 부문을 각각 분리했다. 채권단에 제시했던 자구책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겼던 분사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조선업의 위기가 애초의 예상보다 길게 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사측은 “그동안 비주력사업을 정리해왔으나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분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기존 현대중공업에 남게 되는 조선해양부문은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지난 3분기 매출은 17조4900억원이고 직원은 1만6766명이다. 내년 상반기 분사가 완료되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돼 차입 여건이 좋아지고 해외 수주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기대다.

현대중공업의 분사는 지역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동구주민들은 지난달 로봇사업부(200명)와 태양광사업부(170명)를 대구와 충북음성으로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자회견을 통해 분사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인구유출과 경제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로봇과 태양광부문 외엔 다른 지역으로 이전은 없다”면서 “경영효율화를 위해 울산 본사에서 인력이 이동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본사를 둔 유일한 대기업이다. 세계적인 조선업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대중공업의 재도약은 모든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외형적 감축 없이도 위기극복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으나 결코 현실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올해 조선해양부문 수주 달성 실적은 목표(117억달러) 대비 12% 수준인 14억달러에 그쳤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내놓은 조선업 구조조정안도 ‘적당히 현상유지만 하겠다’는 것에 그쳐 아무런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은 2018년에야 조선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현대중공업의 분사 결정이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조선업 경기 회복때까지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한울타리 안에서 함께 운영하면서 조선 위주의 사업운영으로 비효율이 발생했고, 매출 비중이 적은 사업은 소외돼 독자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 44년 역사를 가진 헤비급의 현대중공업이 시장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체급을 대폭 낮추고 새로운 출발점에 선 것이다. 새출발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불안을 딛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노사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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