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학 연계 쉽고 에너지다소비처인
울산은 ‘에너지 신산업’ 최적지로 꼽혀
첨단기술 활용 에너지 효율화 선도해야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누가 뭐래도 울산은 대한민국 공업과 경제도약의 상징이다. 우리의 산업화 역사는 울산이 없으면 쓸 수 없다. 변변한 것 하나 없던 시절에 공업화가 시작된 곳, 이제는 2%의 인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5%를 담당하는 곳, 공업탑 비문에 새겨진 그대로 울산은 여전히 ‘민족중흥의 터전, 국가 백년대계의 보고’다.

울산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그동안 울산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과 함께 성장해왔다. 이제는 세계경제가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한데다 주력 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중국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도 거세다. 중화학 중심의 중후장대형 산업구조, 탄소배출 1위의 에너지다소비형 산업구조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변화에도 취약하다. 설상가상으로 울산지역 수출이 6년 전으로 뒷걸음치고 인구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활로는 없을까? 최근 울산에서 지역 발전과 관련된 두 가지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8월에 울산을 에너지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울산 에너지 포럼’이 창립되었고, 10월에는 울산광역시와 UNIST 주도로 제4차 산업혁명의 새 전략을 모색하는 ‘미래산업 혁신 포럼’이 개최됐다. 여기에서 공업도시 울산을 인더스트리 4.0으로 무장한 에너지 신산업의 허브, 에너지 수도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단초를 본다.

세계는 파괴와 융합, 혁신의 시대를 맞고 있다. 산업과 산업, 기술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낸다. 인공지능, IoT, 바이오테크 등 기술혁신이 이를 이끈다. 전통 산업시스템은 무너지고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울산 경제가 이러한 충격에 쉽게 노출될 것은 당연하다.

최근 정부는 ‘신시장 100조원, 일자리 50만개, 온실가스 5500만톤 감축’을 목표로 ‘2030 에너지신산업 확산전략’을 수립하고 2020년까지 42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그러나 기업형 프로슈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수요자원 거래, 등 용어는 일반인들에게 낯설기까지 하다. 사실 ‘에너지 신산업’이란 ‘에너지 분야의 인더스트리 4.0’에 다름 아니다. 친환경에너지를 만들고 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산업의 에너지 이용을 효율화하며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하나의 산업으로서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울산은 여러모로 ‘에너지 신산업’의 최적지다. 울산대나 UNIST 등 유능한 인적자원이 있고, 동서발전 및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과 함께 굴지의 민간 에너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울산은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신산업의 최대 수요처다. 산업수도 울산은 국가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약 12%를 소비하고, 산업용 및 가정용 월평균 전력소비량도 전국 1위다. 여기에 부생수소 활용 연료전지나 2차전지 등 역량을 보유한 기업체들이 있고, 동남해안 및 산지 곳곳에 풍력과 태양광발전 자원도 풍부하다. 동북아 오일허브 프로젝트와 함께 에너지 신산업이 꽃을 피우면 울산은 명실 공히 에너지 신산업의 메카, 에너지 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선점이 중요하다. 이미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2030년 6000조원으로 예상되는 에너지신산업의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각축중이다. 울산의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을 대상으로 IoT와 스마트그리드 등 신기술을 사용한 에너지 절감을 강력히 추진하고, 절감된 전기는 에너지저장장치와 수요자원거래시스템을 활용하여 수익을 올리고 연료전지와 풍력,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는 수요자에게 직거래 공급하는 복합 비즈니스 모델은 울산만이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울산이 공업도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