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필자는 마치 배에 구멍이 난 듯, 찬바람이 몸속으로 새어 들어오듯, 시리고 시리다. 2000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 갑작스럽게 터져버린 맹장. 수술받느라 예비소집일에 참석하지 못하고 시험당일 교육청에서 허가해준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에 들어섰다. 보건실 침대에서 겨우 시험을 치렀으나 링거액에 혈액이 역류하는 등의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쉽게도 중간에 수능시험을 포기해야 했다. 이런 아픈 기억 때문인지 매년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이맘 때가 되면 뱃속에서 떼어낸 맹장의 빈자리가 시리듯 춥다.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과 가족들은 실제 날씨와 무관하게 몸과 마음이 추워진다. 지난 주부터 언론에서 떠들기 시작한 ‘수능날씨’라는 불편한 관심과 ‘수능한파’라는 관용어와 시험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사람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험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은 말초신경의 온도를 떨어 뜨리고, 감각세포를 예민하게 만들어 추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시기 자체의 영향도 있다.

11월은 한파수준은 아니더라도 본격적인 겨울추위를 몰고 오는 찬대륙고기압이 확장하기 시작하는 때다. 상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처음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수능시험 날을 유독 춥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수능한파’는 없다. 기상청이 규정하는 ‘한파’는 ‘아침 최저 기온이 3℃ 이하에 평년값보다 3℃ 이상 낮고 전날 최저기온보다 10℃ 이상 하강할 경우이거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2℃ 이하인 날이 2일 이상 지속될 경우’를 말한다. 한파다운 수능이 되려면 1월 중순만큼 굉장히 추워야 한다는 말이다.

더 이상 마음이 만들어내는 추위와 말이 만들어내는 추위에 기죽지 말자. 최상의 컨디션과 최고의 기분으로 노력의 결실을 잘 맺는 특별한 날을 만들어보자. 울산의 수험생들, 화이팅.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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