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16일 4시간 파업했다.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파업만 올들어 11번째다. 파업의 사유는 올들어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회사의 구조조정 중단이다. 두가지 사유 모두 노조의 파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10일 발생한 재해는 이미 산업재해가 아니라 ‘개인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졌음에도 노동조합이 14일 유인물을 통해 ‘11번째 중대재해’ ‘죽음의 공장’ 등과 같은 자극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회사를 몰아세우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올들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가 10번이나 발생했다. 그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2주간의 특별근로감독을 한데 이어 감독관 파견이라는 이례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산업재해가 아닌 것으로 명확하게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 “사망자의 혈관이 이전부터 막힌 악성이고 골절 및 충격의 상흔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개인질병인 ‘급성 심근경색’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인이 확인되기도 전에 ‘협착사’로 단정짓고 언론사와 노동단체 등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던 노조는 잘못된 판단을 사과하기는커녕 질병사로 밝혀진 뒤에도 중대재해로 규정하고 파업의 사유로 삼고 있다. 공감대를 얻기가 어렵다. 앞서 지난 7월에는 노조가 해양 익수사고로 사망한 재해자의 사진을 언론에 배포해 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일도 있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비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해사업장이라는 이름은 노사 모두에게 불명예다. 그 책임을 오로지 회사측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전시설과 교육 등 안전조치의 불충분으로 인한 사고라면 당연히 회사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하겠지만 주의의무와 안전규칙을 충실히 지켰는지 등을 따져 재해 당사자는 물론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장근로자들도 책임을 나눠 져야 한다. 책임 있는 노동조합이라면 노조에게도 재해 재발방지의 책임이 있다. ‘대표이사 구속만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이 허황하게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사는 산업안전을 위해 나란히 굴러가야 하는 두개의 바퀴다.

현대중공업이 선택한 ‘6개사로 분사’라는 극약처방도 그렇다. 노사가 마음을 합치지 않으면 극약은 처방이 아니라 단지 극약에 그칠 수도 있다. 분사는 우선 근로자 개개인에게 불안감을 안겨줄 뿐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임금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아가지 못할 정도의 짐을 싣고 항해를 계속하는 것보다 짐을 나눠 각각 작은 배로 갈아타는 것이 낫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 9분기 연속적자를 이어가다가 억지로 흑자를 만들긴 했으나 올해 수주목표를 겨우 12%밖에 달성하지 못한 것이, 한 때 세계 1위 조선업체였던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재해예방이나, 글로벌 조선업 위기 극복이나, 그 전제조건은 바로 사실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왜곡 선전이나 일방적 주장으로 산업재해나 위기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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