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성안 덕원사(德原寺)

▲ 성안옛길 제3코스는 넓게 확장된 도로와 길옆 조경수가 현대적인 모습으로 가꾸어져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꾸불꾸불 흙길이었던 곳이다. 울산 중구 함월구민운동장에서 농촌도로를 따라가면 성동마을회관과 덕원사가 마주 보고 있다.

울산 중구 함월산에는 가을이 얼마나 무르익었을까.

함월산(含月山)은 해발고도 201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예로부터 중구의 진산으로 인정받아 왔다. 적어도 울산혁신도시 조성 이전까지는 어딜 가건 시골 정취를 품고 있었다.

울산혁신도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2007년 4월 착공해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조성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넉넉하고 포근했던 분위기의 잠식 속도도 빨라졌을 것이다.

함월산은 도심에서 가깝고 그리 높지도 않다. 울산이 고향이거나 오래 생활한 시민들은 이 산의 오솔길을 따라 산책을 다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소풍을 갔던 단골장소였고, 교가에도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고유명사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함월산은 영원히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을법하다.

중구에 위치 해발 201m 야트막한 함월산
도심에서 5~10분 거리 친환경 산책탐방로
성동·풍암·칠암 등 아름다운 자연마을과
숲길·오솔길 등 다양한 옛길…덕원사…
농촌의 자연·생태가 보존된 환경의 보고
20일 ‘성안 옛길 한마음 걷기대회’도

오랜만에 함월산으로 발길을 옮겼다. 흙과 숲 대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깔린 모습에서 옛 추억을 더듬어내기란 쉽지가 않다. ‘성안옛길 한마음 걷기대회’가 오는 20일 열린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해 8월 준공한 함월루(含月樓) 부근에도, 신라 고찰 백양사(白楊寺) 입구에도 이렇게 ‘성안옛길’을 알리고 있다.

함월산에는 성안옛길이 있다. 중구가 총 3개 코스 22.5㎞에 걸쳐 조성된 이야기 길이다. 1코스에는 분홍색 리본 100개, 2코스에는 노란 색 리본 60개, 3코스에는 하늘색 리본 40개가 달려 있다. 2010년 성안동 오솔길 조성사업으로 시작돼 지명과 설화, 전설을 확인하면서 걸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도심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친환경 산책 탐방로다.

▲ 성동마을회관 앞 성안옛길 이정표.

성안옛길 한마음 걷기대회는 올해 8회째를 맞는다. 함월구민운동장에서 시작해 성동마을회관~동호농장~시능골~황토방가든을 거쳐 되돌아오는 약 5㎞구간에서 개최된다. 함월구민운동장은 성안옛길 제3코스의 길목으로, 성동마을회관 입구에 2011년 7월26일 개장했다. 400m 길이의 육상 트랙 4개 레인과 국제규격의 인조잔디 축구장, 다목적 구장, 5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 야간 조명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성안옛길에는 성동, 풍암, 칠암, 성안내약사 등 아름다운 자연마을이 있다. 함월산을 중심으로 신개발지역과 녹지공간을 아우르고 있다. 숲길, 오솔길, 등산길, 과수원길, 농로길, 마을길 등 다양한 옛길과 과수원, 황금들녘 등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이 조화를 이룬다. 도심 가까이 농촌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환경의 보고(寶庫)다.

성안옛길이라고 부를만큼 성안(聖安)도 제법 오랜 역사를 지녔다. 조선 순조 4년(1804)에는 성인동리라 하던 마을이었다.

▲ 강원도 영월의 금몽암 말사인 덕원사.

성인동리는 성인(聖人)이 살았기 때문에 성인동(聖人洞)이라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뿐이다. 이후 고종 31년(1984)에 성동(聖洞)과 상리동으로 갈라져 있다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성안리로 바뀌었다. 성동과 상안의 (개편 당시) 내상면 외약동 및 농소면 오정동 길촌동의 각 일부씩을 합한 지명이었다. 성안은 성동(聖洞)의 성(聖)과 상안(常安)의 안(安)을 한 글자씩 따서 부르는 것이다. 행정상으로 중구 북정동이 담당한다.

성안옛길 제3코스는 넓게 확장된 도로와 길옆 조경수가 잘 가꾸어져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꾸불꾸불 흙길이었던 곳이 상전벽해처럼 변신했다. 현재 진행 중인 옥동~농소간 도로 개설로 한때 막혔던 산길에는 박스 보행로가 생겼다. 이 공사가 본격화되면서 길이 막히고 거리가 멀어져 한동안 못 다녔던 곳이었다. 늦은 가을비가 내린 뒤라 땅이 약간 젖긴 했지만 공기는 단맛을 머금었다. 언젠가 햇밤을 주웠던 산길에 그 많던 밤나무들이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 급격한 도시화의 그늘에서 풋풋한 추억도 빛을 잃어가는 건가.

▲ ■ 성안옛길 3코스

한 농부가 심술궂게 생긴 강아지가 보이면 성동마을에 다 온 것이라고 전한다. 꿩이 간간이 푸드덕 날아오르는 논길 옆에는 이젠 엉성해진 억새가 힘없이 하늘거린다. 밭에는 배추를 고르는 촌로의 손길이 바쁘다. 보도블록 성안옛길을 따라 산책객들이 더러 도보여행을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먹을거리는 언제나 널려있는듯 하다.

농촌 도로를 따라 소박하게 이어진 길 끝에는 성동마을회관과 덕원사가 마주 보고 있다. 성동마을에는 약 70여 가구가 띄엄띄엄 떨어져 살고 있다. 성동천(聖洞川)을 경계로 온 동네 이야기를 하며 정감을 나누는 듯하다. 성동천은 지난 10월 제18호 태풍 차바때 하천이 넘쳐 인근 과수원과 논밭이 휩쓸리기도 했다. 성동마을회관 바로앞에 성안옛길 이정표가 서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덕원사(德原寺)는 강원도 영월의 금몽암(禁夢庵) 말사이다. 금몽암은 오대산 월정사(月精寺)의 말사이다. 주지는 덕원(德原)스님이며 금몽암 주지인 인보스님의 상좌로 알려져 있다. 인보스님은 불교계 거장이었던 탄허(呑虛, 1913~1983)스님의 문하에서 공부했다. 덕원스님이 창건한 덕원사는 규모가 제법 큰 사찰이지만 2008년 5월1일 설법전에 이어 2010년 10월30일 대웅전을 각각 준공해 지명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지암불교문화재단 소속인 덕원사는 성동마을회관 앞 양지바른 곳에 있다. 예부터 현 절터는 성인들이 공부하는 터였고 풍수지리적으로 부처의 맥이 흐르는 아주 훌륭한 곳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경내에 들어서니 노랗게 핀 국화꽃이 화사하게 반긴다. 대웅전 앞 마당에서는 담장 밑으로 쌓인 벚나무 낙엽을 쓰는라 바쁘다. 계단 옆 커다란 수반에 예쁘게 피어있는 붉은 연꽃이 더 아름다운 계절이다. 담장 너머 농가의 큰 감나무 아래서는 누런 강아지 한마리가 기지개를 켠다. 절 뒤쪽에는 통통 살이 찐 배추가 너른 밭에 빼곡하다. 아주 오래된 마을이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와 닿는다. 수백 년은 됐음직한 둥치가 튼튼한 소나무들과 길가에 듬성듬성 아카시아가 운치를 더한다. 우정혁신도시의 콘크리트 성냥갑 같은 도심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인다.

성안옛길 제3코스는 완만한 등산로와 좋은 전망, 길 곳곳에 서려있는 전설, 자연과 시골의 정취를 품고 있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쪽으로 따라가면 시능골 방향이다. 조금만 걷다보면 울산의 명문가로 이름 떨쳤던 고씨 제실도 나온다. 성안에서는 맨 먼저 생겼다는 새일내 북쪽의 황암마을은 다음에 찾아보아야겠다. 글·사진=박철종기자 bigbell@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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