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전통이 있는 다양한 음식, 토리노의 명물로

▲ 파스타 재료를 생산 유통하는 업체인 파스티피치오(Pastificio).

이탈리아 북서부의 산업 도시이자 피에몬테 주의 주도인 토리노는 1861년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의 첫 번째 수도였다. 오래된 도시인 만큼 이탈리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문화유산도 풍부하다. 또 토리노는 이탈리아 토종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FIAT)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적인 공업도시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자동차 공장은 1982년 문을 닫았고, 이 일대는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또 인근의 브라지역에서부터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에 힘입어 다양한 음식을 중심으로 글로컬 브랜드를 일궈냈다. 토리노 지역에서 음식을 중심으로 탄생한 글로컬 브랜드를 만나봤다.

3대째 파스타 재료 생산·유통하는 ‘파스티피치오’
마니아들에 인정 받는 ‘또래파지오네 카페테리아’
판매처까지 지정해 납품하는 ‘발비아노 와이너리’
자국내 생산 재료로 최고의 맛…해외서도 큰 호응

▲ 1941년부터 3대째 운영되고 있는 발비아노(Balbiano) 와이너리.

◇3대째 이어온 파스타 재료 생산 유통 업체

슬로 푸드 협회의 추천을 받아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은 3대째 파스타 재료를 생산 유통하는 파스티피치오(Pastificio)다.

이 업체는 1949년 창업한 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다시 손녀로 3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는 20여 명 직원이 근무하며, 90여 종의 파스타 재료를 생산한다. 각 식당에서 주문하는 양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며, 하루평균 1200㎏가량 생산된다. 이탈리아 전역의 파스타 음식점에 납품해 연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고 있다.

이 회사의 특징은 파스타의 원재료가 되는 식자재를 이탈리아에서 모두 구입한다는 것이다.

공동경영자인 크리스티나 무짜랠리(여·50)는 “이탈리아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원자재를 구입한 후 여기에서 다시 가공한다.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의 맛을 인정받아 외국의 유명 요리사들이 우리가 만든 식자재를 주문해서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토리노 시내 중심에 위치한 또래파지오네 카페테리아.

◇인근에서 난 원두 볶아 유럽 각국에 수출

토리노 시내 중심에 위치한 카페. 66㎡(20여평) 남짓한 가게 한쪽에는 커피 원두를 볶는 기계가 쉼 없이 돌아간다. 1948년 문을 연 ‘또래파지오네 카페테리아’에서는 커피와 쿠키를 직접 제작, 판매한다. 매장에는 총 4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동생은 커피, 형은 타 제품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주 종목인 커피판매로만 연 2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가게의 성공 비결은 맛 좋은 커피다.

카페 운영자 빠올로 다모소(64)씨는 “품질이 좋은 생두를 구입하고 여기서 직접 볶아서 커피전문점에 판매한다”며 “생두는 이탈리아 제노바, 뜨리에스테에서 생산된 생두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전문가뿐만 아니라 마니아로부터 최고의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탈리아 국내뿐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주문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 ‘또래파지오네 카페테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빠올로 다모소(왼쪽)와 엔조 다모소.

◇여왕 포도 밭 와인 등 특화 상품 내놔

토리노 외곽 시골마을에 위치한 농가형 와이너리(포도주 만드는 양조장)에는 전통을 유지, 보존하면서 현대적 최신시설을 갖춘 와이너리가 있다. 1941년부터 3대째 운영되고 있는 발비아노(Balbiano)다. 이곳에서는 토리노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와인을 생산한다.

현재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루까 발비아노(34)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부인과 함께 고향마을로 돌아온 젊은 귀농인이다. 그는 1900년부터 토리노 지역에서 재배했던 프레이자(freisa)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와인은 빌라 델라 레지나(villa dela regina)다. 옛 여왕이 살던 빌라 내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1년에 4000개만 한정판매하는데 매년 매진이다. 이런 역사적인 이야기와 진한 와인 맛으로 지역에서는 이미 알려진 와인 중 하나다.

▲ 발비아노 와이너리에서는 와인병 스티커에 장난감 그림을 넣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 와인이 와이너리에서는 1병당 15유로(2만원)에 판매되지만 런던의 레스토랑에서는 100파운드(13만원)에 맛볼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서 모두 판매하진 않는다. 어느 레스토랑에 판매할 지 이곳에서 정해 납품한다. 또 식당마다 최대 24병씩만 판매한다.

와이너리 안으로 들어서면 1500개의 포도 관련 소품이 전시돼 와인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 2년 전부터 수집해온 600여개 장난감이 전시돼 있으며, 와인병 스티커에 장난감 그림을 넣어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와인병에 그려진 QR코드에는 이곳 와이너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

▲ 파스티피치오에서는 20여 명의 직원이 90여 종의 파스타 재료를 생산한다.

루까 발비아노 씨는 “우리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인해 도시를 알릴 수도 있고, 주민들이 직접 생산과정을 볼 수 있어 주민들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경제적, 마케팅 위주로 음식을 판매하면 성공확률은 낮아진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오래 걸리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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