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곳곳에 의혹·문제점 산더미

▲ LH가 조성한 울산 중구문화의전당 앞 저류지 전경.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 중구에 사상 유례없는 침수피해를 안긴 태풍 ‘차바’와 관련, 산지를 개발해 만든 혁신도시의 부실한 수방대책이 태화시장 등의 수해를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가 태화시장을 집어삼켰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갖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혁신도시 소재 우수저류시설 8곳의 전체적인 난맥상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홍수유출량 산정 기준 잘못돼
“수치상의 오류 아니라면 조작”
중구청 요구로 저류지 4→5곳
구청 조성 3곳, LH 5곳보다 커

◇상식에 어긋나는 산지 면적 산정으로 저류지 수 축소

원래 LH는 울산혁신도시를 따라 흐르는 사곡·복산·약사·장현천 등 4곳의 하천에만 저류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50년 빈도의 홍수를 기준으로 개발 전에는 장현천 배수유역의 초당 홍수유출량이 38.3㎥이던 것이 개발 후 39.4㎥로 1.1㎥가 증가했기 때문에 증가분을 가둘 수 있는 저류지를 설치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수유출량을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저류지의 숫자나 규모가 적정 수준보다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도시개발 후에는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산지 면적을 오히려 증가시켜 CN(runoff Curve Number·유출곡선지수)값을 끼워맞췄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LH의 구역별 홍수유출량 CN값 산정표에는 약사천과 복산천 등 유역의 개발 전과 개발 후의 산림면적이 나타나 있다. 이 산정표에 의하면 개발 전 11만2551㎡, 5만731㎡, 22만8319㎡, 7790㎡였던 약사천 일원의 구역별 산지 면적은 개발 후 11만4907㎡, 5만1656㎡, 30만8428㎡, 4만6187㎡ 등으로 각각 늘어났다.

결국 40만㎡가 채 안되던 산지 면적이 개발 후 52만1177㎡로 3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산지는 개발되지 않은 자연상태의 산림을 말하는 것인데 어떻게 개발 후에 산지가 늘어날 수 있나”라며 “수치상의 오류가 아니라면 LH가 혁신도시 저류지의 규모나 숫자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치를 조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자체 요구로 할 수 없이 조성한 유곡천

LH는 당초 유곡천에는 저류지를 조성하지 않기로 설계했다. 개발 전 홍수유출량이 초당 37.7㎥에서 개발 후 37.4㎥로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저류지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곡천 하류지역의 침수피해를 우려한 중구청이 소방방재청에 저류지 추가를 요청했고, 소방방재청에서는 중구청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뜻을 보여 결국 LH가 유곡천저류지를 조성하게 됐다.

이와 관련, LH에서는 “2007년 재해영향평가 협의 당시 유출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와 저류지를 설치할 계획이 없었지만, 심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성을 고려하라는 의견을 수용해 유곡천 저류지를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 울산도시공사가 설계·시공한 복산천 저류시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LH 저류지보다 중구청 저류지가 더 커

LH가 조성한 5곳의 저류지에 대해 믿음을 보이지 못한 중구청은 유량이 적은 사곡천과 장현천을 제외한 유곡천과 복산천, 약사천 등 3곳의 하천에 LH가 조성한 저류지와는 별개로 우수저류시설을 추가로 조성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LH가 혁신도시 저류지를 조성한 기준은 2005년 소방방재청 기준이고 이후 기준이 상향됐기 때문에 저류지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LH가 저류지 추가나 증설에 난색을 보여 결국 국비와 시비, 구비 등 240억원을 들여 추가로 저류시설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LH는 중구청이 부담해야 할 유곡천 저류시설 조성비의 50%를 분담했다.

이렇게 추가로 조성된 저류시설은 유곡천과 복산천, 약사천 등 총 3곳으로 저류총량은 6만㎥에 달한다. LH가 건립한 저류지 5곳의 총량 4만7651㎥보다 1만2000㎥ 이상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 LH가 맡아야 할 치수대책을 중구청이 떠맡아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홍제 교수는 “저류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면 LH에 요청해 시설의 규모를 키웠어야 했다”며 “왜 중구청이 직접 예산을 투입해 저류시설을 조성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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