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로 인해 울산시 중구 태화·우정시장이 물벼락을 맞게 된 원인이 혁신도시의 저류지가 제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정밀조사가 필요해보인다. LH가 혁신도시 저류지 설치를 위해 개발 전후 홍수량 변화를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홍수유출량을 산정하는 근거인 CN(runoff Curve Number·유출곡선지수)값을 고의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

LH는 “관련법에 따라 50년 빈도의 홍수를 기준으로 저류지를 설치했기 때문에 500년 빈도를 상회하는 태풍 차바는 불가항력이었다”면서 “저류지 조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저류지는 CN값이 증가한 경우에만 설치하게 되는데 LH의 산출에 따르면 배수유역 9곳에 대해 CN값을 낸 결과, 개발 후 증가한 곳은 4곳에 불과했다. 불안을 느낀 중구청의 요구에 따라 CN값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유곡천 1곳에 저류지 설치를 추가해 모두 5곳에 조성했다. 298만㎡의 산지를 깎아 공기업 10개와 대단위 아파트와 상가 등이 들어서는 대규모의 도시를 조성하면서 저류지 5곳만 계획했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LH의 CN값 산정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전문가들도 9곳 가운데 5곳의 CN값이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LH는 이에 대해 경사지를 평탄하게 만들어 빗물의 유속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약사천과 복산천 유역의 경우 도시개발 후에 산지가 오히려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기록해놓고 있다. 산지였던 혁신도시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시로 개발됐는데 유속이 더 느려지고 산지가 늘어났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전문가들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인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는 빗물이 모여 유속이 빨라진다고 말한다. 또 산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수치상의 오류가 아니면 의도적으로 숫자를 조작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H에 따르면 4곳의 증가값도 0.1~0.8에 불과했다. 그러니 저류지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었고 이번 폭우에 거의 기능을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중구청이 국·시·구비를 보태 3곳을 더 추가했기 망정이지 그대로 뒀더라면 얼마나 더 큰 수해를 입었을지 모를 일이다.

LH와 중구청은 이번 수해 피해의 원인과 관련해 전문가의 용역의뢰를 계획하고 있다. 용역에서 고의적 CN값 축소는 없었는지, 그로 인해 저류지의 숫자와 규모가 줄어든 것은 아닌지가 밝혀질지 의문이다. 원인규명이 돼야 재발방지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의혹제기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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