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뮤지컬 ‘스톤플라워­문명이 꽃 핀 바위’가 18~20일 울산문예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사진은 뮤지컬의 한 장면.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 ‘스톤플라워­문명이 꽃 핀 바위’가 18~20일 울산문예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랐다.

사흘 내내 공연장엔 관객이 빼곡히 자리했고, 뮤지컬 음악의 작곡과 배우들의 연기·가창력이 뛰어났다는 관람평이 적지 않았다. 특히 김형묵, 최윤정, 배준성, 서지유 등 주·조연배우들의 연기는 출중했고, 배우간의 호흡도 훌륭했다.

"좋아요" 귀가 즐거운 음악, 배우들 가창력 출중

"싫어요" 단순 배경된 암각화, 삼각관계 설정 진부

18일 첫 공연에서는 공연 도중 무대세트가 조금 부서지기도 하고, 중간막 밖으로 나와야 하는 배우가 타이밍을 놓쳐 막 안에 갇히기도 하는 등 작은 돌발 사고가 이어졌지만, 공연을 관람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극에 몰입하거나 감정을 이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극의 흐름과 캐릭터 설정에 설득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루와 미리별은 서로 사랑하지만, 부리칸과 여울의 방해를 받게 된다. 결국 마루는 장님이 되고, 미리별은 죽음을 맞게 되는 비극으로 뮤지컬은 결말을 맞는다. ‘사랑꾼’ 4인의 사랑전쟁은 90분간 이어졌고,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는 부수적인 배경이 됐다.

진부한 삼각관계의 설정은 막장드라마를 떠올리게 했고, 여울의 말 한마디만 믿고 갑자기 죽어버리는 미리별의 모습을 보며 허무함을 감추기 힘들었다.

공연에 앞서 울산문예회관 측은 ‘울산의 역사 문화적 소재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 뮤지컬’이라고 소개했지만, 역사 문화적 소재는 찾기 힘들었다.

반구대 암각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던 뮤지컬에는 뺏고 빼앗기는 사랑이야기만 담겨 있었다. 신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주인공은 영혼이 실려 있는 신성한 고래 형상을 바위에 새기는데 이것이 반구대 암각화라는 이야기 외에는 없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생소한 사람, 어린이들에게 암각화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공연이길 기대했는데 아쉽다. 주인공들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만 90분가량 지속돼 조금 지루했다. 퍼포먼스나 무대 변화 등 눈길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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