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도약을 위한 해법은
기술집약형의 에너지산업이다
에너지부국으로 새 도전 나서야

▲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자기가 벌어 자기가 쓰고 가는 것이 세상 이치다. 물론 자기가 번 것보다 더 쓰고 가는 금수저형도 있고, 번 것보다 덜 쓰고 가는 자수성가형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상쇄하면 평균적으로 자기가 번만큼만 쓸 수 있을 뿐이다.

최근 수명이 크게 늘어나 100세 시대가 코앞에 있다고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교육 기간이 길어지고 일자리가 부족해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대체로 25세 전에 일을 시작하기 어렵고 60세 넘어까지 계속 일하기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돈 벌 수 있는 기간이 기껏해야 35년 안팎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중대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약 35년 벌어서 100년을 살 수 있느냐의 문제다. 만약 불가능하다면, 빈곤문제는 필연적 현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인구가 계속 증가한다면 연금과 같은 세대 간 부조제도를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인구 감소와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늘어나는 수명을 인위적으로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모두가 더 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성장을 통한 소득증대가 근본적 해결책이란 뜻이다. 경제성장이란 국가의 생산을 증가시키는 현상이다. 생산과정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하면 노동과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를 기술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성장은 근본적으로 생산요소의 양과 질, 그리고 이들을 결합하는 기술수준이 향상될 때 증가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요소집약형 방식이었다. 즉, 산업화 초기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그 후에는 자본집약적 산업이 이끌고 있다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이와 같은 성장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해 보이지 않는데 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들에 의해 거센 도전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 여건도 요소집약형 성장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게 변했다. 이런 차원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요소집약형 전통산업의 위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성장방식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새로운 성장 방식은 기술집약형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기술이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시장 잠재력도 큰 산업을 찾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에너지신산업은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워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기술이 에너지가 되는 산업이다. 전통적 에너지산업은 부존에너지에 의존하는 요소집약형 산업인 반면, 에너지신산업은 부존에너지가 없어도 기술만으로도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전형적인 기술집약형 산업이다. 그러나 시장이 협소하면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규모가 큰 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에너지신산업은 궁극적으로 기존 에너지를 대체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규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존 에너지 시장의 크기가 곧 잠재적 시장규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신산업의 잠재력을 우리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파리협약을 계기로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각축하고 있는 산업이다. 물론,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파리협약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탄력이 조금 약화될 우려는 있다. 하지만 셰일가스를 배경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유리한 입장에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파리협약은 트럼프 당선자가 내세우고 있는 미국 최우선주의와 양립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리협약 탈퇴는 매우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약간의 지연은 있을 수 있겠지만, 완전한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도전해야 한다. 우리는 후발주자였지만 도전과 각고의 노력으로 끝내 선발주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성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성공의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에너지신산업은 우리나라를 지긋지긋한 에너지빈국의 사슬을 풀고 기술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게 해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희망이 될 수 있다.

박주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