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호 극작가

융천사여, 이 난리를 막아주시오. 서기 607년에 살별(혜성:왜국을 상징)이 심대성(신라를 상징) 쪽으로 접근하자 진평왕이 하소연을 했겠다. 때는 초가을, 거열랑과 실처랑, 보동랑이 화랑들을 이끌고 풍악산(금강산)으로 막 단풍놀이를 떠난 때였어. 하늘에 꼬리를 길게 뻗친 살별이 심대성에 부딪치기 직전이거든. 궁궐과 여염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지. 살별이 심대성을 집어삼킨다. 나라에 변괴가 생길 조짐이다. 지진이 날지도 몰라. 물난리가 생길 거야. 왕실에 무슨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거야. 아니면 날이 가물어 흉년이 될 게 분명해. 민심이 요동치듯 여우처럼 꼬리를 흔드는 살별. 과연 무슨 변괴가 생기려나. 내란이나 외환이 생기려나. 세 화랑의 무리는 살별이 나타난 걸 의아스럽게 생각하여 놀러가던 발걸음을 돌렸지.

궁궐에선 초조해 하는 왕 앞에서 융천사가 노래를 지었어. 옛날 동해 바닷가의 신기루를 보고/ 왜군이 쳐들어 왔다고 봉화 올린 변방이 있어라/ 세 화랑 풍악산 유람 가니 달은 등불을 켜고/ 별은 긴 꼬리 달고 길을 밝히는데/ 그 별을 보고 살별이라 말한 사람 있어라/ 아아, 달은 저 아래로 떠내려갔는데/ 보라, 여기 혜성이 어디 있느냐. 융천사가 혜성가를 노래하자 살별은 사라졌어. 때마침 쳐들어온 왜군이 여의치 못해 돌아가니 나라의 위기는 되레 경사가 되었고. 위기를 슬기로 극복해낸 진평왕은 기뻐서 낭도들을 다시 풍악산으로 유람을 보냈지.

당시에는 천체의 운행을 보고 나라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어. 하늘에 혜성이 나타난 것만으로 두려운 일이었기에, 살별이 나타나서 국난이 생긴다는 식으로 그 책임을 떠넘기곤 했지. 그럼에도 민심은 천심이라, 불안해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려고 널리 신망을 받는 융천사의 지혜를 빌린 게야. 융천사는 향가를 지어 백성의 마음을 한데 뭉치게 했지. 삿된 기운을 물리치는 데 이만한 방편이 없고, 결국 백성들의 합창은 왜군마저 물러가게 한 게야. 모두가 불길하게 여기던 상황을 융천사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점이 달랐어. 시국이 어려울수록 하나 된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

장창호 극작가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