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농담은 상황에 어울려야
실없는 말은 자신에게 되레 비수

▲ 김춘생 전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지난 10월14일 야 3당 162명의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 도중 한선교 의원이 더불어 민주당 유은혜 의원을 향한 “내가 그렇게 좋아”란 발언을 두고 성추행 및 여성비하란 이유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머와 농담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남을 웃기는 말과 행동이 유머라면 농담은 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삼아 건네는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상대방을 웃기기 위한 농담이나 유머는 당시 상황에 어울리는 소재나 내용이 아니라면 유머와 농담의 목적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오히려 분위기를 망치는 사태가 초래되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상대의 잘못된 주장을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는 게 바로 유머라고 할 수 있다.

1858년 미국의 상원의원선거에서 링컨의 정적인 스티븐 더글러스가 링컨을 향해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고 공격하자 이에 대해 링컨은 “내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이 자리에 이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느냐”고 말해 상황을 반전시켰으며, 또 한번은 링컨이 하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상대후보가 “링컨은 신앙심이 없는 사람”이라 비난하면서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사람은 손들어 보세요”라고 말하자 그 자리에 참석하였던 사람들 모두가 손을 들었지만 링컨만 손을 들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상대가 링컨을 향해 “링컨 당신은 지옥에 가고 싶단 말이요”라며 링컨에게 말하자 이 말을 들은 링컨은 “아니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로 가고 싶소”라고 말해 군중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고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였다고 한다.

2차 대전 초기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처칠이 호텔에서 목욕 후 허리에 감고 있던 수건이 흘러 내려 알몸이 되었는데 바로 그때 정장을 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방문하자 루스벨트 대통령을 향해 양팔을 넓게 벌리며 “보다시피 영국은 미국과 미국대통령께 감추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라는 말을 해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고 한다.

우리사회에 유머와 조크가 통용되지 못하는 현상은 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과 닫힌 마음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이해심이 결여된 조급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머와 농담에 대한 기본개념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실없이 상대에게 던진 한마디가 오히려 자신을 망하게 하는 비수가 되지만 이와 반대로 장소와 때에 걸맞은 적절한 유머와 농담 한 마디가 상황을 반전시키는 계기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를 보다 부드럽게 하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유념, 분별력 있는 조크를 통해 익살과 해학이 넘치는 밝고 건강한 웃음이 넘치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무려 150여 년 전에 상대의 주장을 촌철살인과 다름없는 멋진 유머로 완벽하게 제압한 링컨이나 처칠처럼 멋진 유머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양보심과 배려가 없이는 불가능하며 열린 마음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건전한 조크가 일상화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등에 업힌 애기의 손자를 기대하는 만큼이나 멀고먼 허황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춘생 전 울산광역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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