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양성평등 위반 심의 건수 연간 1% 불과

여성에 대한 편견 조장이나 여성 혐오 내용 등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가 ‘솜방망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21일 ‘양성평등 관련 방송심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양성평등 위반 심의 건수는 2012년 11건(1.27%), 2013년 5건(0.51%), 2014년 9건(0.94%), 2015년 9건(0.75%)이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여성 비하 발언을 합리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방송할 경우 심의 규정상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해당 프로그램에 제재를 내린다.

제재 수위도 낮은 수준에 그쳤다. 2012∼2014년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난 제재를 받은 프로그램 중 46%가량은 ‘의견제시’와 ‘권고’에 머물렀다.

‘주의’·‘경고’·‘관계자 징계’ 등 법정제재가 아니면 방송사의 재허가·재승인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제재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다.

이런 경향은 올해까지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5월까지 양성평등 조항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3건 중 2건이 ‘권고’와 ‘의견제시’였고, 1건만이 ‘주의’에 해당했다.

실제로 지난 2월 4일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 하면 밉상을 산다”는 김을동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 “부적절한 말인 건 맞는데 현실적으로 또 맞는 말이다. ’표를 많이 받으려면 그렇게 해라‘란 뜻으로 얘기한 것 같은데”라고 방송해 심의에 올랐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여성비하 발언을 합리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방송한 것은 심의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나 기존 유사 심의사례를 감안해 향후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며 ‘의견제시’로 마무리했다.

김 교수는 “심의에서 법정제재를 받은 경우는 품위유지 등 다른 조항을 동시에 어겼을 때였다”며 “양성평등 조항만을 위반한 사례로는 법정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 조항이 심의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방송의 양성평등 지수를 개발해 이를 방송평가제도에 반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방심위가 매월 ’양성평등 방송상‘을 시상해 제재보다 격려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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