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양식 근대 건축물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 소개
김태영 감독 제작…애니메이션·판타지 등 혼합해 장르 확장

▲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서양식 근대 건축물 ‘딜쿠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딜쿠샤’

김태영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딜쿠샤’는 서울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서양식 근대 건축물 ‘딜쿠샤’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딜쿠샤’는 조선 시대에 한국에 들어온 미국인 기자 앨버트 테일러와 그의 부인이 살다가 떠난 후 슬럼화된 주택으로 남아 있다가 현재는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딜쿠샤에는 음원 수입이 고작 57원인 무명의 트로트 가수 억순이, 7080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영사운드’의 멤버로 활동했던 드러머 김만식 등이 산다. 억순이는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지만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은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만식은 드럼 대신 야산에 올라 바위를 두드리며 꿈을 달랜다.

이 작품은 다큐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딱히 하나의 장르로 정의하기 어렵다. 판타지, 애니메이션, 재연 드라마 등 갖가지 요소가 혼재돼있고 진행 방식도 독특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김 감독 본인이 직접 출연해 감독의 시선으로 이웃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도, 갑자기 감독의 상상이 재연되는 장면이 나온다.

감독은 상상 속에서 시간 여행을 하며 대한제국의 고종황제, 명성황후, 순정효황후, 덕혜옹주를 만난다. 중견 배우 길용우가 고종역으로 나오는 등 상상 속 장면은 재연으로 이뤄진다.

미개봉작 ‘미스터 레이디’에서 안성기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도 이 다큐 속에서 공개돼 안성기의 색다른 모습도 볼 수 있다.

장동건이 주연을 맡고, 일본의 고(故)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특별출연한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의 메이킹 필름도 삽입돼 있다.

김 감독의 몽상처럼 다큐멘터리는 뒤죽박죽 전개되는 듯 보이다가도, 결국은 헝겊을 잘라 이어 붙인 퀼트처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돼가는 모습이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현실을 암울한 시선이 아니라 밝고 긍정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김 감독은 “이 작품의 목적은 다큐멘터리의 장르를 확장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판타지적 성격과 재연 다큐·애니메이션·판타지가 뒤섞인 짬뽕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11월24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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