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변이 가능성…전문가 “AI 바이러스 오리에 적합하게 변형”
오리농장, 철새 많은 논 주변에 많아…새끼 일괄공급 계열화도 원인

전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가금류 사육농가를 공포에 몰아 넣고 있다.

최근 AI는 유독 오리 농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지난 16일 음성군 맹동면의 한 육용 오리 농장에서 AI가 처음 확인된 것을 시작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되거나 의심증상이 발견된 농가 7곳이 모두 오리 농가다.

전국적으로도 AI 발생지역 가운데 충남 천안, 아산, 전북 익산, 김제, 전남 무안 등이 오리이고, 닭이 감염된 경우는 경기도 양주와 전남 해남 뿐이다.

충북에서 18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던 2014년에도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오리가 55개 농가였으나 닭은 1개 농가에 그쳤다.

지난해 역시 충북에서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35곳 가운데 오리 농가가 33곳을 차지할 정도로 최근 2∼3년간 AI가 오리에 몰리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예년에는 오리들이 AI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거의 죽지 않았으나 올해는 발병 즉시 폐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닭이 오리보다 AI 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최근 AI가 오리 농가에 집중되면서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로 AI 바이러스 변이가 꼽히고 있다. AI 바이러스가 최근 오리에게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변했다는 의미다.

송찬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2010년 이전에 유행한 H5N1형 바이러스는 닭을 중심으로 전파됐으나 지난해와 올해 발견된 H5N8형과 H5N6형은 오리에게 더 친화성이 강하도록 변이된 것 같다”며 “H5N8형과 H5N6형이 처음 발생한 중국에서도 닭보다 오리의 피해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특히 올해 번진 H5N6형은 오리 내 잠복 기간이 짧아지고 폐사율이 높다”며 “바이러스 변이 등은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도 “오리와 AI 바이러스는 공생관계가 잘 형성돼 있다”며 “공생 관계는 몸에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잘 죽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올해는 오리의 폐사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바이러스가 변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닭은 AI에 감염되면 곧바로 폐사한다. 그러나 오리는 3∼7일간의 잠복 기간을 거치고, 폐사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역설적으로 이런 특성 때문에 오리가 AI 감염을 더 폭 넓게 확산시키는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닭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폐사해 AI 발생에 즉시 대응할 수 있지만 오리는 잠복 상태에서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AI 확산을 제때 막기가 쉽지 않다. 오리는 AI 바이러스가 한참 퍼져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상황에서 확인된다는 말이다.

닭과 오리의 사육 형태와 방역 상황도 AI 바이러스 전파와 관련이 있다.

오리를 집단 사육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대형 축산물 유통업체에 계열화돼 있다. 오리 농가는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한 종오리 농장으로부터 새끼를 분양받고, 사료도 공급받는다. 이 때문에 계열화 농가들 가운데 한곳에서 AI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다른 농가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또 닭은 예전부터 대규모로 사육돼 방역체계 등이 오리보다 잘 갖춰 있고, 기업화 돼 있다.

그동안 소규모로 사육됐던 오리가 산업화된 기간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리 농장이 닭 농장보다 상대적으로 시설과 위생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리농장은 논 주변에 조성된 곳이 많다. 철새들이 추수를 마친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분변 등을 남겨 AI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충북에서 처음 AI가 발생한 맹동면지역의 오리 농장의 상당수는 수박 등의 농사를 포기하고 축산업으로 전환하면서 논 주변에 축사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져 매년 AI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 교수는 “최근 오리에서 AI가 더 많이 발생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닭보다 방역 수준이 낮다는 점도 작용한다”며 “닭 사육 농가는 대부분 기업화돼 있지만 오리는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사육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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