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진실하기를 바랐던 민초들은
스스로의 무관심을 반성하며 촛불 들어
거짓 목격하고도 진실에 눈 감지 말길

▲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육십갑자의 33번째인 병신년(丙申年)은 어감이 좋지 않지만 우리 역사에서 중대한 일이 많이 벌어진 해다. 서기 원년이후 총 33차례의 병신년이 있었고 금년은 34번째 병신년이다. 대조영의 발해건국, 왕건의 고려통일, 1896년 고종 임금이 일본군의 감시 하에 있는 경복궁을 빠져나와 러시아 공관에 의탁한 아관파천이, 1956년 이승만의 사사오입 개헌이 있었다.

세월은 흘러 2016년 병신년, 11월12일 광화문 집회는 가을 국난의 결정판이 되었다. 상처받은 국격(國格)의 회복을 위해­미래를 짊어질 중·고교생들은 ‘헬조선’과 부모의 권력으로 명문대에 특혜 입학하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진실하기를 바라며, 우리가 아는 정의와 영 딴판인 세상을 바꾸고 법의 권위 추락에 괴로워, 그 동안 정치에 무관심한 자신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아이와 역사의 현장에 있고 싶어- 촛불을 들었다.

개, 돼지로 치부되던 100만의 민심은 거대한 바다가 되어 ‘하야’를 외치며 즐거운 축제의 장을 통해 ‘국민주권’을 확인한 세계 유례없는 명예혁명을 연출했다. 어느 시대든 통치자가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국가 목표에 정신을 집중해야 하고 국내의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100만 명이 벌인 ‘위대한 굿판’에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고민하라고 준 권력을 오만하게 행사한 청와대, 정치권, 사법기관, 행정부는 민초들의 준엄한 메시지에 응답해야 한다.

국민들이 그렇게 만만한가. 임진왜란 때 줄행랑을 친 임금을 대신해 나라를 지켰고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로 나라를 구한 백성들이다. 2012년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저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다. 오로지 국민 여러분이 가족이고 국민의 행복만이 정치를 하는 이유”라고 했는데, 지금은 청와대와 국가를 국민이 걱정해야 하니 통한의 마음으로 후회하며 솔직히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모두가 ‘멘붕’이다. “하늘도 땅도 속고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면서 “꼼꼼하게 챙겨 보려던 순수한 마음”을 호소하더니 국민의 가슴을 찢어놓고 오직 본인만 용서하는 변명의 메아리가 구천을 떠돈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바람에 깃발이 흔들린다. “바람이 움직인 건가.” “깃발이 움직인 건가.” “바람이 분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혜능선사) 믿었던 ‘한 마음(一心)’이 무너져 온 국민이 ‘한 마음(同心)’ 되어 부르짖는 슬픈 인연의 진혼곡에 촛불이 횃불 되지 않도록, ‘꿈을 갖는 게 꿈이 된 아이들을 위하여’,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5% 국민들께 그대들이 진심(眞心)으로 응답할 때이다.

식자(識者)들이여, 역사상 최악의 정부운영을 목격하고도 이렇게 수동적인가. 진실을 직시하자. 대한민국 최대의 위협은 북한도 경제도 특정 정치인의 행태도 아닌 문화적 데카탕스(decadence·퇴락)의 확산이다. 군자는 홀로 있을 때마저도 조심(愼獨)해야 한다. ‘염치’의 상실에서 벗어나 한국 유교문화에서 최상의 좋은 것들을 복원하자. 무엇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궁극적으로 도덕과 연결된 ‘진실’에 있음을 뒤늦게나마 인식하자.

결국은 모두 ‘만각(晩覺)의 생(生)’, 사람살이란 언제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의 반복이 아니던가. 살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내가 지금 아는 것은 지금 알 수 있는 것들 뿐이다. 인생의 다음 단계를 예습하는 방법은 없으며 회한 없이는 할 수 없는 복습이 대체로 인간의 일일 것이다.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는 구호가 남의 나라 얘기였으면 좋겠다.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