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울산 중구청

▲ 울산시 중구청사 뒤쪽 중심 지맥의 훼손과 왼쪽 급경사지 청룡지맥은 바람 통로에 해당된다. 바람은 안정된 기운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며, 청사를 돌보지 않는 기운으로 존재한다. 우측 백호지맥은 잘 발달되어 좋은 기운으로 유지되고 있다. 울산 중구 제공

함월산(含月山)의 월(月)은 달을 상징하며 음양 기운 중 음의 성질이고 음은 여성적 기운을 나타낸다. 함월산은 마고할미가 서왕모의 복숭아를 따먹고 달아난 삼천갑자 동방삭을 잡아가기 위해 검은 숯을 연못에 씻으며 동방삭이 지나가길 기다리다 그를 잡아갔다는 전설이 남은 곳이다. 마고할미는 삼신을 대표하는 최초의 여성상으로 알려져 있다. 삼신은 부인에게 아이를 점지하는 신이고, 여성은 자식을 생산하는 기능으로 가문의 대를 잇는 종가 기운에 해당된다. 함월산 정기를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중구 혁신도시에 종가로를 만들고 종가 중구를 표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게다가 한반도 호랑이 지형의 자궁 위치에 해당되는 울산의 입지는 종가 중구의 가능성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다.

울산 생산·소비 중심지서
시청 옮겨가며 발전 정체
혁신도시·지하차도 건설로
중구청터 배산지맥 끊어져
구민 생명·재산 보호·발전
명당기운 다른곳보다 적어

중구는 1400년대 울산도호부, 1800년대 울산군청, 1960년대에 울산시청이 있었던 지역으로 근대 울산의 경제·문화 등 생산과 소비생활 중심지 역할을 담당해 왔다. 울산시청이 남구 신정동으로 이전되면서 중구 발전은 정체되기 시작했다. 주산 함월산 정상이 주거지로 개발되고, 도심에 있던 중구청과 중부경찰서마저 구도심의 복잡한 환경을 벗어나 복산동과 병영동으로 각각 이전했다. 이로 인해 중구 상권과 주민의 생활분위기는 급속도로 침체되었다. 다행히 혁신도시 개발로 공기업 본사들이 옮겨오고 많은 아파트가 생겨나면서 중구 인구는 급증했다. 도심 기능이 되살아나고 상권이 안정돼 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 울산 중구청사의 취기지형도(聚氣地形圖). 명당기운은 상대적 고기압으로 나타나고 주변지형에 환포되어 있다. 상대적 고기압 기운은 업무의 성공적 결과를 유도하는 기운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토목공사를 통해 지형은 물론 풍수적 지형환경마저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근래 울산이 이러한 지형 변화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구는 혁신도시 도로와 기반시설 개설로 함월산 지맥의 지형변화가 10여 년 동안 지속돼 왔다. 이는 지형에 영향을 주는 바람의 변화이고 바람환경의 변화는 그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울산 중구청을 하나의 사례로 들어 풍수적 자연환경 변화를 분석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자.

울산 중구청은 1990년 10월 학산동에서 복산동으로 이전해 현재 위치에 있다. 학산동 옛 중구청 터의 지맥을 살펴보면, 남쪽으로 내려오는 함월산의 본 지맥이 옛 울산기상대 부근에서 강한 정기를 집결시켜 동헌과 학성관 객사자리인 옛 울산초등학교를 발복시켰다. 그리고 남은 기운으로 평지로 내려온 자리에 평온한 명당 터를 만들었는데, 이 터에 옛 중구청사가 있었다.

▲ 울산 중구청사 뒤로 보이는 약사동 방면 우정혁신도시.

좌청룡 맥은 혁신도시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자리에서 분지해 서덕출공원의 복산(福山)과 복산초등학교를 거쳐 단단한 지반으로 연결되어 옛 중구청 터 왼쪽을 튼튼하게 잘 감싸고 있으며 오른쪽에서 유입되는 태화강의 정기를 잘 어우르고 있다. 이곳은 당시 중구와 울산을 크게 발복시키는데 기초적 역할을 수행하던 곳이다. 여기에 울산군청, 울산시청이 있었으며 울산이 광역시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지금은 중앙동 주민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구민을 위한 구청 행정이 순조롭게 발전하고 성공하는 데는 살아있는 지기(地氣)를 강하게 받는 청사 터의 선정과 건축물의 쾌적한 설계구조가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풍수지리 이론의 견해이다.

집이나 회사, 공공건물 등의 개축 이전이나 이사를 할 때 관례적으로 건물 방향을 찾고 이사날짜를 정해 길방(吉方)과 길일(吉日)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 술사나 점집을 찾아 길일을 정하고 나쁜 방위로 알려진 대장군방과 삼살방위를 피해 이사 다니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지금 있는 곳과 이사 갈 곳의 터 기운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두 곳의 기운 차이를 이해하는데 있다.

아무리 좋은 날을 잡더라도 현재의 터 기운보다 좋지 않는 곳으로 옮기게 되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발전보다 정체가, 인정보다 미움을 받게 된다. 열심히 노력해도 주위환경 기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실패나 퇴보할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 반대로 나쁜 날에 이사를 하더라도 좋은 기운이 유지되는 곳으로 이전하게 되면 건강해지고 긍정적으로 나날이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개인이나 관공서, 회사, 묘지 할 것 없이 이사 및 이전, 이장(移葬) 할 때는 현재보다 기운이 더 나은 곳으로 옮기도록 주의해야 한다.

대체로 공공건물 이전 계획이나 이전 사례를 보면 터와 건물의 공간배치에 있어 자연친화적 명당기운 을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명당기운 영향 아래에서는 행정이 순조롭게 잘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구청사 터는 함월산에서 성안중학교를 거쳐 동남쪽으로 내려오는 지맥의 암반 위 언덕에 위치한다. 청사 바로 뒤쪽과 왼쪽으로는 거의 절벽에 가까운 경사지로 되었고 주변을 흐르는 약사천은 구청을 감싸지 않는 형세다. 이는 구청의 좋은 기운을 분산시키는 형태로 존재한다. 우측 백호지맥은 잘 발달되어 있어 그나마 구청의 반쪽 기운을 잘 유지하고 있다.

풍수적 입지조건으로 명당기운이 유지되면서 발전하는 터는 첫째, 현무 봉우리 산과 지맥이 튼튼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둘째, 터를 감싸는 듯이 청룡지맥과 백호지맥이 좌우로 팔을 벌려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땅이다. 셋째, 앞이 일정공간 트인 공간 확보가 필요하다. 예컨대 울산동헌 터는 옛 울산기상대에서 봉우리를 만들고 양팔을 벌려 좌우로 동헌을 감싸고 있는 지맥이다.

풍수이론에 근거하는 중구청사 터는 선정 당시부터 배산 기능이 부족한 터에 이를 보호하는 좌우 환포구조가 미약한 장소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 동천강 수세가 무정하게 흐르는 것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혁신도시 건설로 구청으로 이어지는 배산 지맥이 지하차도로 끊어졌고, 차도 위 다리로 이어지는 기운이 간신히 연결되고 있지만 그 기능이 약하다. 인과적으로 주맥에 약하게 연결되고 주변 지형에 소외당하는 조건의 터에서 이뤄지는 행정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의 결과를 가져오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며 불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기환의 박사학위 논문 ‘용호의 형상과 자녀부부의 화합’에서는 이렇게 결론짓고 있다. ‘배산(背山) 역할을 하는 주맥이 끊어지는 것은 뒤에서 돌봐주는 후원자가 없다는 뜻이다. 좌청룡이 비환포로 존재하고 있으면 사회적으로나 가족적으로 화합되지 않을 확률이 60~70%에 달한다.’ 중구청 터는 주맥에 문제가 생겼고 청룡에 해당되는 약사천이 환포하지 않는다. 청룡의 풍수적 기능은 남성과 어우러지는 주변 인맥 그리고 업무적 추진능력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은 풍수적 인과설이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풍수공학박사

학산동 당시 터 기운과 복산동 현재 터 기운을 비교하면 명당기운을 유지하는 면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중구청에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명당기운이 부족하다는 것은 구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음을 의미하고, 추진하는 업무들의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구청은 구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 구청 관계자들의 노력이 우선시되겠지만, 터 기운이 좋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구정(區政)이 편하면 첫째로 구민이 편해지고, 그 다음으로 구민 에너지를 받는 지도자들이 발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필자는 중구청이 기운이 좋은 다른 장소로 이전되기를 기대한다.

중구는 혁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종가로를 만들었다. 종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종가(宗家)에 해당하는 터 기운이 필요해진다. 종가로와 인접하는 함월로 서쪽지역 환포지형의 터를 물색해 중구청 이전 부지를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2016년 2월 이전한 경북도청은 터를 선정하고 건물을 배치하는 설계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전문 풍수인들을 초빙해 용역을 의뢰하고 자문 받았다. 중구가 울산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가 구청이 되려면 종가에 버금가는 터에 전통가옥의 명당기운 구조를 파악한 이들의 바람구조를 접목한 건물 공간을 배치하면 성공하는 울산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구청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 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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