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선 울산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우리 사회가 심각한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차 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운 형국이다.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각종 의혹과 추측으로 논란을 더해가면서 소비생활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우리는 어떤 제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는 정보에 매우 민감했다. 안전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관련 부처가 해명자료와 함께 향후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믿지 않았다.

최근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인으로 지적된 화학물질이 검출되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불안해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사실에 대한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해명자료에는 분명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비난만 불러왔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기업의 정보를 믿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제공하는 정보역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불신을 키운 것은 정부와 기업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2011년 시작된 이후 옥시 본사를 직접 여러 번 방문하고 공문으로 정보공개도 요청해보았다. 옥시 본사를 직접 방문했을 때 직원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어 본 적은 없었으며, 피해자에 대한 사과조차 없었다. 마치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제품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많은 부분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됐다. 비단 옥시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한다. 이런 기업의 태도는 소비자 불신을 불러왔다. 정부 당국도 소비자단체나 소비자들의 직접 접근이 어렵고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소비자의 궁금증과 피해구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최순실게이트로 엄청난 정경유착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과 정부에 대한 작은 신뢰마저도 깨진 상황이다. 한 언론의 뉴스프로그램인 ‘팩트체크’를 이제 소비자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도 실천해야 할 판이다. 신뢰가 깨지면 비용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보자. 생활제품에서 안전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는 소비자의 불안 해소를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제품판매를 위해 출시 전에 공인시험기관이 안전성 검사를 했지만 이를 못 믿어 모든 제품을 대상으로 다시한번 공인시험기관에서 안전성조사를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용이 엄청나게 지출되기 마련이다. 이 뿐 아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 확인하고도 여전히 불안감을 가진다.

작은 제품을 사는 소비활동에도 신뢰가 깨지면서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드는데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 지금 상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비용이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신뢰가 깨지는 것은 쉽지만 다시 신뢰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지름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불신으로 인해 계속해서 엄청난 비용을 소모해야 할 우리 사회가 걱정이다.

정윤선 울산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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