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로니에 커피숍을 옛 학성여관으로 바꾸는 작업 현장. 건물 천장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김동수 기자 dskim@ksilbo.co.kr

1980~1990년대 울산 추억의 데이트 장소인 중구문화의거리 마로니에 커피숍 건물이 근대울산의 문화관광 구심점이던 옛 ‘학성여관’으로 탈바꿈한다.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된 데는 중구가 시행하는 ‘문화의거리 거점건물 오브제 파사드 사업’ 등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있기 때문이다.

오브제 파사드 사업은 공공건물과 민간건축물을 대상으로 원도심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보고 느끼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그 중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마로니에 커피숍이다. 작업은 12월10일께 마무리된다.

중구 원도심 마로니에 커피숍
문화의거리 거점건물 사업으로
일제강점기 지역 최고 숙박시설
외관 옛 모습 그대로 복원 진행
내달초 마무리 후 시민에 공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마로니에 커피숍은 기존의 천장과 벽면을 다 뜯어낸 상태다. 그러자 일제강점기 그 시절의 건물 뼈대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번 사업은 이를 살리는 실내작업과 함께 건물 뒷편의 우물과 중정까지 말끔하게 정리해,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호프집이자 커피숍이었던 이 건물은 일제강점기 울산 최고의 시설로 알려지며 많은 회합이 열렸다. 울산비행장 개장식 준비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동아일보는 1928년 11월26일자 기사에서 ‘학성여관 울산비행장 개장식 준비’라는 제목아래 ‘울산비행장 공사가 진행 중인바 12월2일 개장식을 거행할 예정이고 단체 관람자는 11월28일까지 울산면사무소에 단체명, 대표자 이름, 총 인원을 신고하고 관람 위치를 지정 받아야 한다. 그리고 비행기에 대한 설명을 희망하거나 동행자를 원하는 사람은 울산학성여관에 있는 항공중좌에게 신고하면 된다’고 보도하고 있어 울산비행장 개장을 위해 울산에 온 일본인들이 학성여관에 머물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일제강점기 학성여관 전경.

해방 후 학성여관이 가장 번창했던 때가 1958년 4대 총선 때였다. 4대 총선에서는 탄광개발로 부자가 되었던 정해영과 김성탁이 울산에서 맞붙었는데 이때 정씨는 학성여관, 김씨는 함양집에 선거본부를 차려 놓고 일전을 벌여 학성여관이 정씨의 선거인들로 성시를 이루었다.

현 건물주 정현무씨는 1980년대 중반 울산에서 제일 좋은 아파트 한 채가 1300만원 정도 할 당시 4억8000만원을 주고 이 건물을 구입했다. 정씨는 “100년도 더 된 건물이지만 그래도 그 때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며 “가옥을 지탱했던 보와 도리가 아직 건재하다”고 자랑했다. 학성여관은 지금의 건물보다 훨씬 더 컸다. 하나의 필지가 세 개로 나눠지며 옆으로는 병원 건물 두 동이 지어졌고, 마지막 남은 정씨의 건물만 옛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윤혜진 울산중구 문화관광실 도시재생주무관은 “거점건물 파사드사업, 옥상공원 설치미술, 도깨비야(夜)시장 등 원도심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지는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영진 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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