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올 겨울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추위에 단단히 대비해야 할 듯하다. 지난해 9월 화재의 여파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온열기 사용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화재 원인이 상인들이 주 전선에서 당겨와 사용하는 보조 전선 쪽에 있는 것으로 추정돼 불가피한 조처라는게 울산시의 설명이다. 덕분에 최근 영하권의 추위에 내몰린 농수산물시장 상인들과 도매인은 물론 소비자들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사업 논의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답답해진 농업인·소비자단체들이 행동에 나서고, 시의회 일부에서 조기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현대화 방식을 두고 도매시장 법인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도매시장 업무규정이 2002년 11월 시행된 이후 2003년 한 차례 재논의에 들어가 도매시장법인과 생산자간 이견 등으로 진척이 없자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견 해소가 돼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시는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를 위해 2012년 용역을 진행해 남구 야음근린공원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일부 도매법인들이 현 위치에서 재건축을 해야 한다며 이전을 거부했고, 그 때문에 결국 국비지원 대상에서도 탈락했다.

현재의 상황도 똑같다.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에는 찬성하면서도 각론엔 여전히 이견이다. 최근 한 시의원이 마련한 간담회에서도 노후화와 공간 협소 등을 내걸어 타 지역으로의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많은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재건축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됐다.

울산시도 운영위원회와 대표자회의 등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견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시는 “영업상의 이유가 있다”며 이견을 보이고 있는 도매법인들을 이해해줘야 한다며 에둘러 변호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설 현대화를 위해 꼭 필요한 용역비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아니 못하고 있다는게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2012년의 경우처럼 용역비만 날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얼마나 더 걸릴지 예상조차 힘든 도매법인간 합의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추위 등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상인이나 소비자, 일반시민, 농민 등 지역 생산자단체 등에 대한 고려는 없는 듯하다.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법인들 때문에 꽉 막힌 상황인데, 겉으로 보기엔 문제 해결 의지도 그렇게 커보이지 않는다.

생활물가가 높은 울산은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와 유통과정 개선이 너무나 당연하고, 목소리도 일치한다. 분명한 명분이 있는 것이다. 내년이면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된다. 성년 울산시가 소극적 행정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행정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같다. 광역시가 된지 20년이 됐음에도 산업도시나 공해도시 등 과거 울산의 한 단면만 부각되고, 일부 매체에서 경북 울산 등 여전히 잘못된 지명 표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를 곱씹어보아야 한다. 현재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 광역시 울산의 격(格)에 맞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될 지 판단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신형욱 사회문화팀 차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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