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남구의회가 고래문화재단의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렸다. 고래문화재단의 인적 구성에 문제가 있고 예산 집행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예산 가운데 꾸러기놀이터 등 각종 사업예산 중 4억2000만원 가량이 10월까지 집행되지 않았다. 사업예측 실패로 2억2000만원의 이월 발생이 예상된다. 재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업팀장이 응시자격미달임에도 채용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구가 재원을 부담해 설립한 재단이 제 역할을 못한다면 의회가 예산심의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남구가 고래문화재단에 출연하는 내년 예산안은 19억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예산의 상당부분이 고래축제 예산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이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내년에 고래축제가 개최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25일 고래축제의 개최지인 남구 장생포 주민들이 고래축제 예산을 살려내라며 항의 집회를 했다. 고래축제는 남구의 대표축제로 몇년전부터 장생포에서 개최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고래축제가 고래문화재단으로 인해 희생될 이유는 없다. 고래축제는 애초에 고래문화재단이 만든 것도 아니고 고래문화재단이 주체가 된 지도 몇년 안 됐다. 고래축제는 1995년 9월에 최형문 전 남구의원을 비롯한 장생포 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들었으며 22년의 역사 속에 서서히 남구의 대표축제로 성장했다. 고래문화재단 운영의 문제가 고래축제 개최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그간의 역사를 미뤄보더라도 고래문화재단이 주체가 아니더라도 축제 개최에 크게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래문화재단은 2012년 울산시 남구가 출연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고래가 있는 문화예술 관광도시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장생포 고래 관광과 지역민의 생활예술 참여 활성화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주요과제로는 △고래축제를 통한 장생포 관광 여건 조성 △장생포의 관광 매력을 높이는 문화콘텐츠 발굴 △문화예술자원 발굴 △시민 참여를 통한 문화거버넌스 기반 조성 등을 제시해놓았다. 이대로만 수행한다면 남구 문화관광정책의 싱크탱크라 할만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남구로부터 예산을 받아 고래문화축제를 진행하고 남구거리음악회와 꾸러기놀이터를 운영하는 것이 전부다. 지난 4년여동안 문화콘텐츠나 예술자원을 발굴하거나 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한 흔적은 찾기는 어렵다.

고래문화재단에 문제점이 있다면 명확하게 진단하고 개선해야 한다. 애초의 설립목적에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 점검도 필요하다. 고래축제도 내용과 성과면에서 객관적 진단과 분석을 해보아야 할 때다. 하지만 고래문화재단의 문제 때문에 고래축제를 중단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고래문화재단과 고래축제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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