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FA최대어 최형우 놓치고
축구는 투자없어 성적 바닥권
배드민턴 이용대도 이적 추진

 

삼성그룹이 만든 스포츠단 대부분을 보유한 제일기획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스포츠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제일기획 산하 스포츠팀은 이미 긴축 재정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난제가 겹쳤다.

삼성 스포츠구단은 더 돈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규모가 큰 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부터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2011~2015년,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라이온즈는 올해 9위에 그쳤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분위기다.

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최형우는 삼성과 계약하지 않고, 4년 100억원에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4년 연속 내부 FA 유출이다.

2013년 시즌 종료 뒤 리그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좌완 불펜 권혁과 우완 선발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FA 자격을 얻고 팀을 떠났다.

공수에서 힘을 싣던 주전 3루수 박석민도 지난겨울 NC 다이노스에 둥지를 틀었다. 라이온즈는 두산 베어스 내야수 이원석과 4년 27억원에 계약하면서 12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탈한 내부 FA와의 격차는 금액 차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야구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축구에서도 삼성의 투자가 줄면서 곧바로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수원 삼성은 강등 위기까지 몰렸다가, 7위로 올 시즌을 마쳤다.

모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시즌 초반부터 전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하위 스플릿(정규리그 7~12위)으로 밀려 명문구단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6월 외국인 공격수 조나탄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더 참혹한 성적을 낼 뻔했다.

농구와 배구는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다른 종목보다는 투자 의지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남자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는 FA 시장에서 문태영을 영입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 선수단 전체가 위축될 수 있는 분위기다.

제일기획은 “구단 운영비는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기 전과 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지만, 스포츠단이 위축되는 현실은 피할 수 없다.

아마추어 종목에서도 삼성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테니스, 럭비팀을 해체했다.

그리고 한국 배드민턴 최고 스타 이용대도 삼성전기를 떠나 요넥스로 이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 스포츠단은 거의 모든 종목에서 ‘합리적인 투자’라는 명목으로 스타 플레이어들과 계약에 실패하고 있다. 글·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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