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마이산(馬耳山)돌탑과 음양오행

▲ 전북 진안군에 위치하고 있는 마이산은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전북 진안군에 위치하고 있는 마이산은 암석으로만 이루어진 두 개의 봉우리가 말의 귀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이는 왼쪽인 동쪽산이 숫마이산이고 오른쪽인 서쪽산을 암마이산이라 한다. 마이산은 신라 때는 서다산(西多山), 고려 때는 용출산(湧出山), 조선초기에는 이성계가 속금산(束金山)으로 불렀다. 오행설(五行說)에 의하면 태조 이성계는 이(李)씨인데, 자원(字源, 글자가 구성된 근원)이 목성(木星)이고 마이산은 목(木)과 상극인 금(金)의 산으로 금이 왕성하면 목성인 이씨가 해(害)를 받으므로 금을 묶어 두려는 의도로 속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외줄탑은 음양 원리 활용, 음의 날에 양의 돌 쌓아 원형 유지
탑들의 위치·모양도 음양오행 원리에 맞춰 소우주 구성 배치
겨울에 정한수 떠놓고 기도하면 ‘역고드름’ 현상 볼 수 있어
탑사 내에 탑군은 우주-인간세상-인간의 조화와 일치를 표현

하지만 태종(조선3대 임금)때 산신께 제사를 올린 후 마이산을 보고 ‘말의 귀’ 같다고 하여 이 때부터 마이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마이산은 계절에 따라 각각의 이름이 있는데 봄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솟은 배의 쌍돛대 같다는 돛대봉, 여름엔 울창한 수목 속에 솟은 용의 뿔 같다는 용각봉, 가을에는 천고마비의 계절다운 마이봉 그리고 겨울에는 내리는 눈이 먹물에 찍은 붓끝 같다는 문필봉으로 불리어지고 있다. 풍수적으로는 산(山)태극과 수(水)태극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영험한 기운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즉 산태극의 둘레산을 보면 북쪽으로는 운장산, 대둔산, 계룡산이, 남쪽으로는 팔공산, 지리산이, 서쪽으로는 만덕산, 모악산이, 동쪽으로는 덕유산, 민주지산이 연결되어 산맥들이 십자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천황문을 분수령으로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가 북쪽으로는 금강이, 남쪽으로는 섬진강이 가로지르는 수태극을 만들고 있다.

현재 마이산은 지방기념물 제66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1979년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마이산 탑사(塔寺)의 사찰내에 있는 돌탑들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탑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신비함으로 덮혀져 있다. 처음에는 경내에 돌탑이 108기가 있었다고 하였는데 그 동안 훼손되어져 나머지는 없어지고 지금은 80여기의 돌탑들이 전해지고 있다.

이 돌탑들은 효령대군(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이자 세종의 형) 16대손인 이갑용 처사(본명 경의, 호 석정)가 암울한 세속을 한탄하며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겠다는 일념으로 기도와 함께 탑쌓기를 하였다.

이갑용 처사는 30여 년 동안 돌을 날라 기단부분을 만들고 전국의 명산(名山)에서 가져온 돌로 상단부분을 쌓았는데 삼국지에 등장하는 제갈량의 팔진도법(八陣圖法, 군사들의 조련법)과 음양의 이치에 맞춰 축조를 하고 기공법(氣功法)을 이용하였다고 한다.

이갑용 처사는 25세때 마이산에 들어와 솔잎으로 생식을 하며 수련을 하던중 만민의 죄를 속죄하는 의미에서 석탑을 쌓으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마이산의 석탑들은 자연석을 쌓아 올린 적석탑(積石塔)으로 탑사(塔寺)를 들어서면 앞쪽에 있으면서 음양을 상징하는 월광탑(月光塔)과 일광탑(日光塔)이 있다.

여기에서 돌탑의 종류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같은 크기의 돌들을 첩첩이 수십 개 쌓아올린 외줄 탑이고 다른 하나는 크고 작은 돌들로서 3~4미터 높이의 기단부를 만들어 놓고 그 위에 외줄탑을 세워 놓은 피라미드형 돌탑이다.

외줄탑 중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중앙탑은 바람이 심하게 불 때에도 조금씩 흔들리기만 할 뿐 그대로 있다. 이 것은 한 개인의 지극한 정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 돌을 쌓을 때 음양의 원리를 적극 활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돌에도 암수인 음양이 있음을 알고는 음의 날에는 양의 돌을, 양의 날에는 음의 돌을 쌓은 것이다.

게다가 탑들의 위치와 모양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에 맞춰 소우주(小宇宙)를 구성하는 배치로 우주의 순행원리를 나타내고 있다.

오행(五行, 목화토금수)의 뜻이 담긴 오방탑(五方塔, 사방과 중앙)의 호위를 받고 있는 돌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천지탑(天地塔)은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역시 오행과 함께 좌우로 음양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돌덩이 자체는 밑에서부터 음으로 시작해 음양, 양음 순으로 구성,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다. 상판의 널판돌은 음인 지(地)로서 짝수인 14기로 되어 있으며 양은 천(天)으로서 홀수인 15기로 되어 있다. 위치는 탑사 내 중앙에 있으며 동서남북 사방으로 기운이 펼쳐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고드름은 겨울철에 추녀 밑이나 계곡 등에서 아래로 매달려 있는 것을 볼수 있는데 마이산 탑사에서는 겨울에 정한수를 떠놓고 기도하면 하늘로 솟구치는 역고드름이 생기는 신비한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갑용 처사가 신의 계시를 받고 그 내용을 30여권의 책으로 기록하였다는 신서(神書)도 알려져 있으며 모든 재난과 재앙을 막아준다는 부적도 전해지고 있다. 사적비에 의하면 언젠가 신서를 해독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없다.

한편 탑사내 돌탑들은 풍수적 견해로는 국토를 비보(裨補, 도와서 모자라는 것을 채움)하기 위한 축탑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탑사(塔寺)라는 절 이름은 절을 지을 당시에는 없었으나 그가 평생 동안 탑을 축성했기 때문에 자연히 탑사로 불리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이갑용의 손자 이왕선이 한국불교 태고종에 사찰등록을 하면서 정식으로 탑사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돌탑들은 마이산탑(馬耳山塔)이라는 이름으로 1976년 전라북도 지방기념물 제35호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탑사(塔寺)내에 탑군(塔群)은 우주의 모양으로 천상의 질서를 지상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천상인 우주와 지상인 인간세상 그리고 인간의 조화와 일치를 표현하고 있다.

누구든 돌탑을 쌓는다는 것은 간절함과 정성이 내면에 담겨있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목적과 방향이 절실할수록 기도하는 심정이 강화되듯 이갑용 처사가 30여 년간 탑 쌓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은 정신적 고뇌와 감득(感得)으로서 돌 하나에 기도와 염원 하나씩을 실어 자신을 비롯하여 세상 사람들의 속죄와 현세의 고해를 극복하려는 간절한 의도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 김진 김진명리학회장 울산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돌을 든 손이 흐트러질까 숨을 고르며 간절함 하나씩을 담아 올려야 하는 돌탑에서 정성과 소원이 싹트고 세상에서 어느 것 하나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함부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무언(無言)으로 알려주는 수양(修養)의 미(美)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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