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타인에 대한 인지 표현
이웃간에 가벼운 인사만 나눠도
생활 주변 각종 문제 쉽게 풀려

▲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아침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언제나 인사를 한다. 직업이 선생이라 그런지 누구에게나 인사를 하는 것은 버릇처럼 돼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초등학교 1, 2학년 쯤 돼 보이는 소년이 탔다. 하던 대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갑작스런 어른의 인사에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가 인사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받지는 않았던 터라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다. 1층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그 소년이 계속 나를 쳐다 보는 것 같아 쳐다보았더니 연신 고개를 숙인다. 문이 열리자 “안녕히 가세요” 하고 얼른 내달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침 출근길이 가벼웠다.

어려서부터 어른을 보거나 누구를 만나면 인사를 하라고 교육받았고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벼운 인사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예절이라 배웠다. 그러나 며칠 전에 본 도쿄 신문 기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기사 내용은 일본 아파트에서 아동대상 범죄 예방을 위해 서로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아파트 주민 중에 한 사람이 아이에게 누군가 인사를 하면 도망치도록 가르치고 있으니 아파트 내에서 인사를 하지 말자고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다른 주민이 인사를 했는데 답하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니 서로 인사하지 말자고 하면서 결국에는 서로 인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이 기사를 보고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흉악 범죄들이 늘고 있으니 아이의 안전에 고심하는 부모는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다른 주민들이 기분 나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서로 인사 하지 않기라고 하니 일본 사회에 개인주의가 얼마나 팽배한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다면 우리도 일본과 같은 결정을 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기술 발전에 힘입어 많은 일들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유 없이 더 바쁘게 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과의 교류가 감소되어 타인의 삶에 무관심하면서 인사 없이 지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 주거비율은 59.9%라고 한다. 아파트는 이제 우리의 가장 중요한 주거형태인데 일반 주택과 달리 공동 주택이기 때문에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되어 살기 불편해지는데 이 때 이웃 간에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면 문제 발생 빈도도 줄고 문제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옆집 사람과 인사를 나눈 적이 없어 나쁜 사람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했다는 사례들은 자주 듣는 에피소드이고, 층간 소음, 애완동물 키우기나 흡연 문제 때문에 힘들었으나 서로 인사를 하고 논의해 잘 해결했다는 얘기들도 간혹 듣는다. 꼭 아파트에 살기 때문이 아니라 이웃 간에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내는 것이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실수를 줄이고, 도움이 필요해 청할 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예전처럼 이사를 하면 떡을 들고 가 인사를 할 것 까지는 없다 하더라도 이웃 간에 가벼운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여러 모로 필요하다.

예절의 방식이나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금의 상황과 시대정신에 맞추어 새로운 형태의 예절을 만들고 이를 받아들인다면 그 시대의 예절로써 통용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고 산다 해도 과거 우리 부모 세대들이 나누었던 이웃 간의 교류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인사라고 하는 예절이 갖고 있는 기본 정신과 가치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사는 타인의 존재에 대한 나의 인지를 표현하는 것이고 타인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존경과 사랑을 나타내는 것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위로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인사를 스스로 포기하자고 약속한 일본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남의 일만 같지 않았던 차에 작은 아이의 이른 아침 인사가 ‘그래도 우린 아직까지는 괜찮아’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했다.

유화숙 울산대 의류학과 교수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