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첫 공식 언급…“검토에 6개월 소요”

잉여현금흐름 50% 주주환원…올해 4조 배당·전년비 30%↑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추천…이사회에 외국인 참여할 듯

삼성전자가 배당을 대폭 늘려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검토를 공식화함으로써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 올해 배당 30% 늘려 4조원 ‘주주 몫으로’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와 내년에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던 것보다 한층 강화된 수준이다.

잉여현금흐름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로 지출한 돈을 뺀 현금 규모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배당 규모를 지난해 3조1천억원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따라서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보다 36% 상승한 2만8천500원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적기 투자와 운전자본 확보,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65조~70조원 규모의 순현금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3년마다 현금 수준을 따져 적정선을 초과하는 현금은 주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또 내년 1분기부터는 분기별 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3분기까지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4천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추천하기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국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진 이사들을 선임할 계획”이라며 “현재 외부 전문기관 등을 통해 추천된 후보자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정기주총에서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를 추천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 이사회에 외국인이 참여할 길이 열린 것으로 해석했다.

또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사회의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CSR(기업의 사회적책임) 위원회 역할을 수행하는 한편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이사회의 결정 사항과 제안을 감독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달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부회장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주주환원 정책 발표는 지난달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측이 제시한 주주 제안에 응답한 측면도 있다.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등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30조원의 특별배당과 잉여현금흐름의 75% 환원, 삼성전자 분할 후 사업회사의 나스닥 상장, 외국인 사외이사 3인 선임 등 4대 사항을 제안한 바 있다.

◇ 중립적 입장에서 지주회사 포함한 최적의 지배구조 검토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구조를 간결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방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증권가와 업계에서 나돌던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공식적으로 검토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특히 지주회사 전환 방안 검토 기간을 ‘6개월’로 명시함으로써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삼성 지배구조 재편의 큰 그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대해 “여러 단계에 걸친 장기간 검토 과정이 요구될 수 있다”면서 “외부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하고 있으며 검토에 최소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기업의 최적 구조를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당장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선결 요건인 인적분할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추진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적분할은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회사 분할 방식이다. 신설 법인을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과는 다르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쪼개지면 삼성전자 지분 0.59%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지분 스와프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는 삼성생명은 지난 11일 삼성증권 자사주 10.94%를 매입해 삼성증권 지분율을 30.1%까지 끌어올리는 등 금융지주 전환 작업을 가시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분할 및 지주회사 추진과 더불어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 전환이 병행해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삼성전자는 일단 자체 지주회사 전환만 검토할 뿐 그룹 전체의 재편 작업과는 일정하게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이상훈 사장(CFO)은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해서도 지주회사 전환 이후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가치평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 수도 있다면서 미국 증시 상장은 지주회사 전환 이후 사업회사에 대한 부분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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