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복지정책의 허점 비판

▲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주인공이 질병수당을 받기 위해 겪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 영국 복지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한 장면.

심장병을 앓아 일을 잠시 쉬고 있는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노년을 홀로 보내는 그는 질병수당을 신청하려고 관공서를 찾지만 “심장 빼고 나머지 신체는 멀쩡하다”는 이유로 탈락한다.

관공서 측은 대안으로 항고하거나, 재취업 교육을 받은 뒤 실업급여를 신청하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평생 컴퓨터 근처에도 가지 않은 노인에게 컴퓨터로 접수하라고 하고, 일자리를 구해도 병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그에게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거를 수집해오라고 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이 자신의 권리인 실업급여 혹은 질병수당을 받기 위해 겪는 험난한 과정을 통해 영국 복지제도의 허점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다니엘이 마주치게 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업무의 비효율성, 탁상행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숨과 울분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복지를 담당하는 관공서 직원들은 누가, 얼마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는 관심이 없다. 인간미와 융통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그저 기계처럼 매뉴얼대로 움직일 뿐이다.

다니엘은 어려운 실업급여 대신 항고를 해볼까 하고 상담원과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만 두 시간 가까이 통화연결음만 듣게 된다.

다니엘은 끝까지 뚝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관공서를 상대로 작은 투쟁을 벌이지만,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다니엘은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라며 수당 신청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다.

영화는 영국의 복지정책이 더 이상 약자와 소외계층을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단순히 운영자 위주의 효율적인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12월1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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