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진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허리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넘어 겨울을 준비하는 김장철이 돌아왔다. 이맘 때면 김장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걱정이 앞선다. 보통 김장이 하루 만에 끝나지 않는 작업이기에 김장 후 찾아올 후유증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특히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오고 있는 중년 여성이라면 더욱 주의해야한다. 많은 양의 김장 재료를 씻고 절이고 버무리는 작업을 하다 보면 허리, 무릎, 어깨, 손목 등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김대진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와 함께 김장철 척추관절을 지키는 방법들에 대해 알아본다.

칼보다 믹서기·채칼 활용해
손목·팔꿈치 부담 덜어줘야
무거운 배추·김치통 함께 들고
1시간에 한번씩은 스트레칭을
열나고 아픈 무릎엔 냉찜질

추운 날씨엔 여러 겹의 옷을

실외에서 김장을 할 경우 인체가 추위를 느끼면 피부표면의 모세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에 근육이 별로 없는 손가락이나 무릎관절은 더욱 시리고 통증도 심해진다. 또 근육과 인대도 수축해 몸이 굳어지는데, 이 상태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면 염좌, 골절, 심하면 급성디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다.

김대진 울들병원 신경외과 전문의는 “새벽 일찍부터 김장을 시작하기 보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또 보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면서 “보온을 위해 두꺼운 외투 하나보다는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며, 조끼나 카디건을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외에서 김치를 담그는 경우라면 모자, 목도리를 착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거운 물건은 여럿이 함께

김장을 하다 보면 배추, 무, 갖은 양념 등을 옮길 일이 많다. 보통 김장철 배추 한 포기의 무게는 약 4㎏이며 한 망에 3포기씩 넣어 판매하고 있으니 한 망의 무게는 12㎏ 정도이다. 그런데 10㎏이상 무거운 배추망을 혼자 들다가는 허리를 다칠 위험이 있다.

김 전문의는 “김장이 끝난 김치통이 무거울 경우 혼자 무리해서 옮기지 말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같이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 10㎏의 물건이라도 두 명이 함께 든다면 허리의 부담은 약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득이하게 혼자 옮겨야 한다면 바퀴가 달린 운반 수레를 이용하거나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옮기는 방법도 있다.

바닥의 물건은 다리 힘으로

바닥에 놓여진 절인 배추통이나 김치통을 들어올릴 때 선 자세에서 허리만 숙여 들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자세에서는 허리근육을 다치거나 허리디스크가 터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바닥의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에서 두 손으로 물건을 꽉 움켜잡고 최대한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다음 천천히 다리 힘으로 일어나는 것이 좋다. 또 김장을 담그는 동안 손목밴드와 허리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은 근력을 보강해 부상을 예방하는데 매우 큰 도움된다.

허리 편 자세로 일해야

대부분 주부들은 바닥에 앉아 김장재료를 손질한다. 바닥에 앉아 등을 앞으로 구부린 자세는 서있는 자세보다 2~3배에 달하는 무게가 허리에 전달되기 때문에 허리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김 전문의는 “40~50대 중년 여성의 경우 허리디스크가 퇴행성 변화로 인해 이미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바닥에 오래 앉아 있을 경우 허리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허리통증을 예방하려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료손실 시 모든 재료들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 손질하는 것이 좋다.

김 전문의는 “김장재료를 버무리기 위해 딱딱한 바닥에 앉아 등을 앞으로 구부리는 자세는 허리뼈와 꼬리뼈 사이에 엄청난 스트레스가 전달된다”면서 “식탁이나 테이블에 김장재료를 올려두고 의자에 앉아 김치를 담그면 허리가 바로 펴지면서 부담이 줄어든다. 부득이하게 바닥에 앉아서 해야 한다면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앉고 양쪽 다리의 위치도 10분 간격으로 바꿔주는 것이 좋다. 또 1시간에 한 번씩은 일어나 5분 정도 목, 허리, 손목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친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김장을 하는 동안 반복적인 칼질과 재료 손질을 하다 보면 손목과 팔꿈치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손가락과 손목, 팔꿈치 등에 통증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이 경우 손목터널증후군, 손목과 손가락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건초염 등이 발병할 수 있는 만큼 믹서기나 채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일을 하다가 손목이나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 통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김장 후 허리가 뻐근하고 묵직한 이유는 일시적 근육 피로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김장을 마친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찜질을 병행하는 것이 피로회복과 통증완화에 도움된다.

무릎의 경우 관절이 붓고 열이 나며 아플 때에는 냉찜질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하루 이틀 지나서 열이 없어지면 온찜질을 하는 것이 도움된다.

김 전문의는 “허리통증이 1주일 이상 지속되고 특히 한 쪽 다리가 저린 증상이 나타난다면 급성 디스크탈출증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척추전문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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