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재해에 더 취약한
농촌지역은 지난 태풍피해 복구 늦어
건강한 생산공간 유지될 수 있게 관심을

▲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수확의 계절인 지난 10월 때늦게 찾아온 18호 태풍 차바는 울산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재래시장과 농경지가 침수되고 결실을 앞둔 과일들이 떨어졌지만,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도심지역은 어느 정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으로 보인다.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은 피해에도 빠른 복구의 저력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상부상조 정신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예부터 선조들은 농번기 때 서로 일을 품앗이해가며 능률을 높이고, 상조계 등을 조직해서 경조사 때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협동의 정신을 이어 왔다. 주로 농경사회에서 이웃끼리 품앗이, 향약, 두레, 계 등의 형태로 이루어졌던 이러한 단합활동은 현대에 와서는 좀 변형되어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 국민이 응집하는 특성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의 폭발적인 거리응원열기와 IMF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 운동 등은 어려울 때마다 유감없이 발휘되는 우리 민족의 단합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하지만 도심과 달리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태풍피해에 손도 대지 못한 농경지가 아직도 많이 있다. 농촌지역은 인구감소와 함께 고령화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해서 자연피해에 더 취약하며 중장비의 투입 없이는 빠른 복구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울산지역의 금년 쌀 생산량은 2만6223t으로 전년대비 20% 감소했는데, 이는 재배면적 감소폭(10%)보다도 휠씬 크게 줄어든 것이다. 수확량 감소에 더해 농작물 품질저하까지 겹쳐 농가의 소득감소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농촌지역은 우리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량안보의 기능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며 ‘철’없이 생활하는 도시민들에게 정감있는 분위기와 피폐해진 마음을 다독여주는 힐링의 환경을 제공한다. 도시생활에서는 편리함이 주는 물적인 풍요함이 있다면, 농촌생활에서는 도시가 제공해 줄 수 없는 마음의 풍요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지역의 활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농가인구는 1995년 485만명에서 2015년 257만명으로 47%나 감소하였으며, 65세 이상의 인구는 38.4%로 도시지역보다 3배 이상 많고 2030년에는 절반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을 통칭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울산 전체 인구의 14.8%에 이른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도시의 하나인 울산도 고령화의 흐름에는 예외가 아닐 것 같다.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이후에도 울산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농촌지역의 재정비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2011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민의식조사에 의하면 귀농·귀촌 가구들의 농촌 거주 이유로 ‘자연속에서 건강한 생활’을 가장 높게 꼽고 있다. 농촌지역은 도시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본연의 기능에 더해 농업활동을 영위함으로써 얻어지는 국토의 보전, 공기와 물의 정화, 수원의 함양과 보수, 양호한 자연경관의 형성 등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생산량의 12%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의 산업수도이지만 아직도 농지면적이 11%나 차지하고 있어 농촌지역의 면모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는 울산의 농업·농촌이 청정한 환경과 자연경관을 잘 보전하고 건강한 생산공간으로 유지되어야 할 당위성을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다. 아직도 태풍피해로 힘든 가을을 보내고 있는 울산의 농촌이 환경·여가 등 새로운 가치의 실현공간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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