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울산지역 실태

▲ 자료사진

울산지역에 고층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일조권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조권이 주거환경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소로 부각되면서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저층 아파트 단지의 용적률을 늘려 고층으로 재건축·재개발 하는 사례가 급증, 일조권 문제가 지역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나타나고 있는 관련 분쟁 실태와 현행법의 맹점에서 오는 부작용 등을 집중 진단하고 개선책을 살펴본다.

울산 아파트 건축허가
최근 6년간 435건 달해
지역 곳곳 소송도 잇따라
건축법 규정도 무용지물

◇굴화 푸르지오 분쟁 악화일로

“햇볕이 아예 들어오지가 않아요. 아침도 전등을 켜야 하고, 마치 습한 동굴과 같아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는 울주군 범서읍 굴화장검 지구 내 문수산 푸르지오 주민들의 호소다. 2년전 내집을 마련해 입주할 때만 해도 주민들은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집안에서 햇볕 한번 쬐기 어려운 신세가 됐다. 바로 인접해 건립되고 있는 동원로얄듀크(625가구)가 푸르지오로 향하던 햇볕을 가렸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푸르지오 주민들이 동원로얄듀크 공사현장 앞을 점거, 매일같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주민 50여명은 29일 울주군청 앞에서 “건축허가를 내준 울주군이 즉각 피해 보상 중재에 나서라”라며 항의성 집회를 열었다. 현재 시공사인 동원개발도 푸르지오 입주민들의 일조권 침해를 상당부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피해 보상금 규모로 푸르지오 주민들은 23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동원개발은 6억~8억원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수개월째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들의 일조권 분쟁은 법적소송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고층·밀집화로 지역사회 이슈화

푸르지오 뿐만아니라 일조권 분쟁은 아파트 건물의 고층·밀집화 현상으로 울산지역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울산의 최근 아파트 건축허가를 살펴보면 2011년 109건, 2012년 95건, 2013년 49건, 2014년 55건, 2015년 63건, 2017년 70건 등 지난 6년간 모두 435건에 이른다. 자연스럽게 일조권 분쟁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례로 2014년 들어선 남구 신정동 문수로 2차 아이파크를 놓고 대규모 일조권 손해배상 다툼이 있었다. 2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피해주민(상가·주택 주민 78명)에게 1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특히 송정택지지구와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일조권 문제는 큰 골치거리가 될 전망이다.

◇일조권 침해 및 건축허가 기준

일조권이란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헌법 제35조 제1항에서 보장하는 환경권의 일종이다. 주거환경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주택 시세 등 재산권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법원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넘은 경우를 일조권 침해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서 햇볕이 너무 안 들어와서 견디기 힘들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 사는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의 침해는 용인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아파트(공동주택)의 경우 1년 중 일조시간이 가장 짧은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해 2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되지 않거나,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4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수인한도)되지 않으면 일조권 침해로 본다. 현행 건축법에도 일조권을 보호하는 규정이 있다. 높이 9m(3층 이상) 초과 건축물을 건립할 때 정북(正北) 방향으로 인접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워야 하고, 9m 이하는 1.5m 이상의 간격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설사는 이같은 조건을 받드시 갖춰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건축법을 모두 준수해 건물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건설사가 일조권 침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판결이 잇따르면서 혼선이 빚어지는 양상이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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